[김·탁·채의 상속과 세금]불효자도 상속권 동일한가?

  • 등록 2020-03-28 오후 12:00:00

    수정 2020-04-03 오후 5:51:29

[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은 법무법인 태승 e상속연구센터 김예니 변호사, 김(탁)민정 변호사, 채애리 변호사가 연재하는 상속 관련 소송부터 세금, 등기까지 상속 문제 전반에 관한 칼럼으로, 상속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그려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태승 김예니 변호사] 이상속 씨의 아버지는 한 달 전인 2020년 2월 27일에 돌아가셨고, 6억원짜리 아파트와 예금 1억원을 상속재산으로 남겼다. 이상속 씨에게는 첫째인 형과 둘째인 누나가 있다.

이상속 씨의 누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며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셨고, 이상속 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지는 않았으나, 자주 찾아뵙고 용돈도 주기적으로 드렸다. 하지만 이상속 씨의 형은 근처에 살면서도 명절 때나 한 번씩 아버지를 뵈러 왔을 뿐 아버지에게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속 씨의 형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상속 재산을 셋이 똑같이 나누자’고 했고, 이상속 씨는 형은 상속재산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형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왜 형이 아버지 재산을 받아야 하느냐’고 벌컥 화를 냈다.

과연 이상속 씨 남매는 형의 말대로 상속재산을 똑같이 나눠야 할까? 아니면 이상속 씨 말 대로 아버지를 모시지 않은 형에게는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일까?

◇ 불효자라도 상속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상속 씨 형 말대로 상속재산을 무조건 법정상속분인 3분의 1씩 나눠야만 한다면, 이상속 씨나 이상속 씨 누나로서는 이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형이 아버지에게 소홀했다 하더라도 상속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상속 씨 남매들이 아버지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이유는 아버지의 자녀로 태어났기 때문이지 어떤 노력의 대가가 아니며,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사기나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하는 등의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상속권이 박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상속 씨의 형은 아버지를 모시느라 고생한 동생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이상속 씨도 어쨌거나 형도 자식으로서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서로 양보해 아버지를 모신 사람이 좀 더 받아가도록 합의를 해 해결하는 것이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쉽고 아름답게 상속이 마무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라면 기여분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이상속 씨 남매들 사이에 기여분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결국 이상속 씨는 법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상속 씨는 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를 하면서 누나와 자신의 기여분을 결정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기여분 결정의 청구는 상속재산의 분할청구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가정법원에 기여분만을 결정해 달라는 청구를 할 수는 없다.

기여분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여분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위해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상속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다.

이상속 씨와 이상속 씨의 누나가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간호한 것이, 자녀에게 법률상 발생하는 부양의무의 이행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집집이 사정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판단은 사실 쉽지 않으나, 단순히 용돈 수준의 돈을 드리는 것 정도로는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간호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라면 이때도 기여분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상속 씨의 경우, 아버지께 용돈을 드린 정도라면 이것이 특별한 수준의 부양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속 씨의 누나의 경우는 아버지를 장기간 모시고 살면서 다른 일을 제쳐 두고 정성껏 아버지의 간호를 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의뢰인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기여분이 인정될 것이냐는 것을 가장 궁금해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형성이나 유지에 절대적인 기여가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높은 수준의 기여분(보통 100%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다)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물론 이상속 씨 누나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정성껏 간병한, 칭찬받아 마땅한 효녀이다. 그러나 문제는 효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속 씨 누나의 기여분은 결국 동거 및 간호한 기간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 이상속 씨 누나가 어떻게 피상속인을 부양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결국 피상속인을 자주 찾아뵙고 용돈을 드린 이상속 씨의 경우 안타깝게도 기여분까지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이상속 씨가 아버지의 생활비를 지원한 경우에는 달라질 것이다). 이상속 씨의 누나의 경우에는 기여분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여분의 비율 또는 가액은 이상속 씨의 누나가 피상속인께 어떤 특별한 기여를 했는지, 즉 이상속 씨의 누나가 장기간 피상속인을 모시고 살며 간호한 것이 얼마큼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넘어선 특별한 기여로 평가받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변호사로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효자·효녀들을 만나 보면, 보통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마음 앓이를 한다. 첫 번째는 부모님이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않아 뵐 수 없어서이고, 두 번째는 오랜 기간 고생하며 부모님을 모실 때는 나 몰라라 하던 형제·자매들이 효자·효녀의 노고를 깎아내리며 권리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효자·효녀들이 부모님을 잘 모신 것은 어떤 보상을 바랬거나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형제·자매들에게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이 들게 된다.

그렇지만 가족 간의 분쟁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급적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해 서로 양보하고 가족 간의 의를 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때문에 마음이 다소 상하더라도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심판과 함께 기여분 결정을 구해 효자·효녀의 권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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