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물정보 상생모델이라는데…공정위는 왜 네이버에 칼 댔나

카카오의 부동산 매물정보 수집 막아
"검증 거치지 않은 매물정보는 제공해야"
네이버 "카카오의 혁신 태만 탓" 항변
소송 검토하는 네이버..치열한 다툼 예상
  • 등록 2020-09-06 오후 12:00:00

    수정 2020-09-06 오후 4:19:27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서비스의 독과점 남용 문제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시장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카카오 등 경쟁사를 배제함으로서 결과적으로 독과점을 심화했다는 결론이다. 공정위는 추후 네이버 쇼핑, 동영상 시장에 대한 남용 문제를 추가적으로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업체(CP)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골목상권 논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지만…

네이버는 지난 2003년부터 부동산매물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114, 부동산뱅크 등 여러 부동산정보업체(CP)와 경쟁하는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네이버는 2009년 6월 ‘확인매물 서비스’를 도입한다. 허위매물로 시장이 혼탁했던 상황에서 실제 매물 여부를 판가름해서 이용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했다. 이용자는 환호했고, 네이버 부동산은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그러다 2012~2013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네이버가 검색서비스 제공을 넘어 직접 부동산 중개업체로부터 매물정보을 받고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다른 부동산정보제공업체들은 극격한 매출 감소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시민단체, 국회 등에서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네이버는 새로운 ‘상생모델’을 고안해 냈다.

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중개사들이 직접 등록한 매물정보를 네이버가 만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통한 검증을 거쳐 네이버 부동산에 확인매물 정보로 띄우는 방식이다. 그간 부동산정보업체와 수평적으로 경쟁하던 사업모델을 바꿔 부동산정보업체와 수직적인 협력·공생관계로 사업 구조를 짠 셈이다. 네이버는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직접 받던 수수료 및 광고 댓가를 포기했다.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CP와 함께 이용자들을 ‘네이버 가두리’ 안에 계속 묶어두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부동산 매물정보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갔고,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


경쟁사 배제하면서 지배력 키워 덜미

공정위가 주목한 것은 이같은 상생안에 숨겨진 ‘경쟁사 배제조항’이다. 2015년 카카오(당시 다음)가 네이버와 제휴한 8개 부동산정보업체 중 7개 업체와 체결한 계약에 삽입한 내용이다.

맹추격해오는 카카오를 의식한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와 재계약할 당시 확인매물 정보에 대해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통보했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네이버와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카카오과 제휴를 포기했다. 네이버는 이후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를 계약서에 삽입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페널티 조항도 넣었다.

부동산 매물정보 시장 진입이 막힌 카카오는 2017년 부동산114와 업무제휴를 다시 시도한다. 최대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자기가 보유한 매물의 30%가량만 네이버에 제공하기 때문에, 카카오는 나머지 70% 매물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에게 확인된 매물 정보뿐만 아니라 KISO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일반 매물정보도 3개월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한다고 통보한다. 부동산114는 일반매물까지 제3자에게 제공을 금지하는 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항의를 했지만, 네이버와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로 결국 불공정조항을 받아들였다. 카카오는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사실상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 제공을 포기했다.

네이버의 항변 “카카오의 혁신 태만 탓”

네이버는 심의 과정에서 카카오가 부동산 매물정보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은 카카오의 ‘혁신 태만’ 탓이라고 항변했다. 카카오가 네이버의 확인매물정보를 별도 비용이나 노력없이 CP들로부터 받으려는 ‘무임승차’ 시도가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제3자 제공금지’조항을 넣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네이버 확인매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매물정보를 확보하고 별도의 확인매물 시스템을 만들어도 되는데 별다른 노력없이 네이버 ‘확인매물’ 정보를 받으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를 대리한 광장 변호사는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정당한 지식재산권 행사는 혁신의 가치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문제시 삼은 것은 일반 매물 제공금지 조항이다. 일반 매물은 부동산을 보유한 소비자들이 부동산 중개소에 등록하고 CP들이 이를 수집한 로데이터(raw data,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다.

공정위는 KISO 검증을 통한 확인매물은 네이버의 역할이 있었기에 일종의 지식재산권처럼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일반 매물 정보에 대해선 제3자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부동산정보업체로부터 일반 매물정보를 구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카카오로서는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정당한 이유없이 경쟁사업자들에게 상품이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도록 막는 ‘배타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측도 부동산정보업체들과 제휴를 채결할 당시 요구한 것은 확인매물이 아닌 일반 매물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인검증을 통해 가공한 결과물은 줄 수 없지만 검증을 거친 매물이라도, 원래 집주인이 중개소에 등록한 일반 매물정보는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봤다”면서 “로데이터인 일반매물 정보는 어떤 부동산정보업체든 이를 이용해 가공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경쟁에 나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부동산 페이지. 확인매물은 별도의 ‘태그’가 붙어 있다


소송으로 다투겠다는 네이버..향후 쟁점은

네이버는 공정위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쟁점은 △시장획정 및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 △확인매물과 일반매물 구분 △다른 사업자 경쟁제한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 추정요건은 상위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다. 네이버는 전체 매물건수 기준 40% 이상, 순방문자수(UV) 페이지뷰(PV) 기준으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매물건수 기준으로 보면 50%에 미달하고, 상위3개업체 점유율 역시 75%에 못 미친다.

이에 공정위는 2위사업자와의 격차가 상당하고, 카카오의 시장 퇴출, 네이버 부동산의 점유율 지속 상승 등을 보조적으로 고려해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해줄지가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일반매물과 확인매물 정보를 엄격히 구별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공정위는 허위여부를 확인한 매물이라도 ‘확인매물’ 딱지가 붙지 않은 로데이터인 일반매물 정보는 다른 경쟁사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네이버는 애초부터 일반매물을 금지할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애초부터 카카오가 원했던 정보는 확인매물이고, 부동산 중개소부터 일반매물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CP한테 일반매물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다”면서 “계약서에 담긴 매물정보 제공 금지 조항은 오해여지가 있어서 삭제했고, CP들도 이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방해해 ‘봉쇄효과’가 나타났는지도 쟁점이다. 네이버의 배타조건부 거래로 카카오 외에 직방, 다방, 부동산뱅크 등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됐는지 여부도 논란이 일부 있다.

직방, 다방 등은 다른 확인매물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다만 직방, 다방은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고, 네이버의 행위가 없었더라면 아파트 매물 정보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네이버의 쇼핑, 동영상 시장의 지배력 남용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네이버가 쇼핑, 동영상 검색시장에서 스마트스토어, 네이버동영상 등 자사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보다 우대해 먼저 노출했다는 혐의다. 네이버 쇼핑에 대한 심의는 마쳤고, 이달 중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심의를 추가로 진행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는 네이버 심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년 초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심사지침을 만들 계획이다.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사업자의 불법여부를 판가름 하는 내부 기준으로, 사업자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용어설명

▲일반매물:
부동산을 보유한 소비자들이 부동산 중개소에 등록한 매물. 확인검증을 거치지 않은 매물.

▲확인매물: 중개소에 등록한 매물이 실제로 있는지 등 검증 절차를 거친 매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