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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의 금융CAST]韓 사회에서 악몽이 된 장수(長壽)

평범했던 그들은 왜 빈곤 노인으로 전락하는가
  • 등록 2020-12-12 오전 11:00:00

    수정 2020-12-12 오전 11: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사회에서 노인 빈곤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닙니다. OECD 국가 기준으로 우리 사회 노인들의 빈곤율은 최상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입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가난하면 일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겠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 65~69세 고용은 45.5%로 아이슬란드(52.3)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70~74세 고용률은 33%로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바꿔 말하면 한국 노인들은 일은 많이 하는데도 빈곤하다는 뜻이 됩니다. 게다가 노인이 하는 노동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70세 넘어서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 혹은 생계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운을 타고난 셈입니다.

오늘날의 빈곤한 노인들의 문제가 비단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그들의 빈곤이 젊은 시절 자산을 축적하지 못해 생겨난 결과일까요. 지금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무관한 일일까요?

45년생 윤영자, 폐지를 줍다

도시연구자 소준철 연구원이 쓴 ‘가난의 문법’(푸른숲, 2020년 11월30일 발간)을 보면 가상의 인물 윤영자 씨가 나옵니다. 윤 씨는 1945년생으로 나름 열심히 그의 생애를 보냈습니다. 30~40대에는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자식들을 부양했습니다. 2015년 tvN 드라마로 방영됐던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쌍문동 엄마·아빠들 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이웃이었습니다.

그들이 초로(初老)에 접어들기 시작한 50대에는 본인 부부가 소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1990년대 한국 경기는 황금시기였고, 그들의 신체는 비교적 건강했습니다. 저자(소준철)는 윤영자씨의 인생 황금기였다고 지칭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지금, 윤 씨는 하루하루 종이 박스를 주워가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아현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에서 홀로 살면서 있습니다. 그가 버는 수입은 50만원 남짓. 남편은 몸져 누운 상태로 막내 자식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평생을 모아 마련한 집은 자식들의 사업 자금으로 축나버렸고, 생계 유지를 위해 차렸던 옷가게는 망하고 말았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무일푼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박스를 주우러 나가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자식들에게 의존할 수 있는 이전 노인 세대와 달리 전후 베이비붐 세대 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 혹은 두명의 자식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의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난의 문법’에 따르면 부부 혹은 홀로 기거하는 경우가 70%에 육박했습니다.

마땅한 생계원이 없고, 젊은 시절 모아놓은 자산이 부족하고, 병고나 사업 실패 등으로 목돈이 수 차례 나간 노인들은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아무리 젊은 시절 왕성한 경제활동을 했다고 해도 이를 피하기는 쉽지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우리의 부모일 수 있고, 혹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日 노인들, 그나마 우리보다 괜찮다고 해도…

우리보다 앞서 노령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도 비슷합니다. 지난 2016년 발간된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다산북스, NHK스페셜제작팀, 김정환 번역)에서도 ‘보통의 삶’을 살아온 수많은 노인들이 빈곤의 늪에 빠져있다고 그리고 있습니다.

NHK스페셜제작팀은 노인들의 실제 빈곤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입없이 30년 넘게 살아야하는데, 몸까지 아파 목돈까지 들어가게 되면, 빈곤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일본은 1950년대 이후 약 40년간 성장기를 거치면서 노인들의 자산축적 기회가 많았습니다. 순채권국가로 자본소득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그들이 발행하는 ‘엔화’도 국제 통화로 인정받고 있고,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노인들은 문화적으로 한국 노인보다 자녀에 대한 지출이 적습니다. 한국 부모들처럼 없는 돈 끌어다가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않을 뿐더러 성년이 된 자녀에게 ‘유산상속’이라는 명목으로 목돈을 줘야하는 의무감도 덜합니다.

자본 축적 기회가 적고 짧았던 한국 노인들이 겪는 빈곤 상황보다는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두 책(가난의 문법,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 에 나온 노인 누구 한 명도 젊은 시절 게을렀다거나 대충 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누구도 자신이 이렇게 빈곤한 상황에 처해질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수라는 게 오래 사는 게 이렇게 비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사는 우리 입장에서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한다, 자산을 모아야 한다’ 말은 쉬워도 실천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암과 같은 불의의 병을 본인 혹은 부모가 앓게 된다면 모아놓았던 자산도 까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우리 중 누군가는 노후 빈곤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으로 대변되는 노인 빈곤. 그리고 노후 파산. 지금 우리 사회의 불행이자 미래 당신의 불행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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