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끝에 11-4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두산은 1,2차전을 내주고 나서 3,4,5차전을 내리 가져오면서 3승2패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5차전 시리즈에서 2패 뒤 3연승을 거둔 경우는 1996년 현대(준플레이오프), 2009년 SK(플레이오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1996년 현대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2연승으로 누른 뒤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쌍방울을 상대했다. 현대는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쌍방울에게 먼저 2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는 SK가 두산에게 먼저 2패를 내주고도 이루 3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었다. 두산으로선 지난 해 SK에게 당한 역전패 악몽을 롯데에게 대신 갚은 셈이다.
당초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두산의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앉았던 두산 입장에서 준플레이오프는 성에 차지 않는 밥상이었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쳐서는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선수들로선 승부욕이나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두산은 1,2차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무너졌다. 믿었던 중심타선은 철저히 침묵했고 팀의 최대강점은 불펜진은 고비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오히려 상대 롯데가 더욱 '두산 다운 야구'를 펼쳤다.
그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고 단숨에 경기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투수운용에서도 선발요원인 왈론드를 구원등판시키는 강수를 띄면서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무모할 정도로 과감했던 감독의 승부수에 선수들도 제대로 응답했다. 3차전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심타자들의 방망이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결코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승부욕과 자존심이 살아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1,2차전 패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김경문 감독도 3차전을 이긴 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진 모습을 봤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치 시작했다.
이후 두산은 전혀 다른 팀이 됐고 4,5차전에서 완전히 롯데를 압도하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야구명가의 자존심이 일궈낸 작은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