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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혈당기 한우물 세계 시장 넘본다

아이센스 남학현 사장
화학과 교수 출신 "기술력 자신 있어"
외국산 이기고 국내 시장 2위 차지
뉴질랜드 정부 "아이센스 제품만 건강보험 적용"
  • 등록 2016-08-09 오전 8:44:05

    수정 2016-08-09 오전 8:44:0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처음 혈당측정기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세상 물정 모르는 교수들이 무슨 수로 살아 남겠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확신했고 성공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자신합니다.”

(제공=아이센스)
로슈, 존슨앤드존슨, 애보트, 바이엘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은 세계 자가혈당측정기 시장의 98%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각각의 대부분 나라에서도 9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얘기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1위 로슈(약 28%)를 아이센스(약 25%)가 근소한 차로 추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2000년 설립 후 매년 평균 20%씩 성장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매출 1300억원이 목표다. 아이센스 공동창업자이자 기술부문을 맡고 있는 남학현(57·사진) 사장은 “꼭 필요한 원칙 몇 가지만 지켰더니 성공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원천 기술 살 회사 못 찾아 교수들끼리 ‘창업’

1992년부터 광운대 화학과에서 같이 근무하던 남학현·차근식 교수는 1999년 ‘전해질 분석기(혈액 속 나트륨, 염소, 칼륨, 칼슘 등 전해질의 양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장비) 개발’을 주제로 정부 연구과제에 응모했다. 1년에 걸쳐 기술은 개발했지만,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에 기술이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사겠다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교수는 연구를 계속할 방법을 담당 공무원에게 물었고 ‘직접 사업화하는 것은 어떠냐’는 답을 들었다. 2000년 아이센스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두 교수는 ‘기술지주회사’를 꿈궜다. 원천 기술을 개발해 다른 기업에 넘기고 받은 수익금으로 연구에 매진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들은 혈당측정기를 사업분야로 삼았다. 당시 자가혈당측정기 세계 시장 규모는 약 7조원 정도였다. 남 사장은 “0.1%의 시장점유율만 차지해도 70억원이다. 이 정도면 직원인 대학원생들 월급은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적어도 메이저 업체들보다 성능 좋게 만들 자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제공=아이센스)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2002년 제품을 개발했다. ‘줄줄’ 흐를 정도인 4㎕의 피와 30초 정도의 측정시간이 필요했던 외국 제품에 비해 ‘바늘 끝에 맺히는 정도’인 0.5㎕로 5초만에 검사가 끝날 만큼 기술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기술을 사겠다는 회사는 없었다. 남 사장은 “접촉했던 기업들이 모두 ‘기술을 무료로 넘길 의향은 없는지’ ‘나중에 잘 팔리면 그 때 비용을 지불하면 안 되는지’ 같은 말만 했다”고 말했다. 결국 직접 생산해야 했다. 2003년 학교 근처에 소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운도 따라줬다. 첫 제품이 시장에 선보인 2004년에 글로벌 업체들이 대리점 유통을 접고 직영체제를 갖췄다. 그동안 이들의 물건을 팔던 대리점이 더 이상 팔 물건이 없어지게 되자 아이센스의 제품을 받아갔다. 남 사장은 “당시 제품은 지금 보면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제품이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첫해에 매출 18억원을 올렸다.

같은 해 미국 혈당측정기 업체인 아가매트릭스 관계자들이 아이센스를 찾았다. 이들은 기존의 특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검사지(스트립)를 찾고 있었다. 남 사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업체들의 특허를 모두 분석한 뒤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가매트릭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 36억원이던 매출은 1년새 128억원으로 급증했다.

측정한 혈당 수치는 바로 핸드폰에 저장돼 변화 추이를 관리할 수 있다.(사진=아이센스)
◇뉴질랜드 정부가 유일하게 인정한 혈당측정기

2010년 9월 뉴질랜드에 진도 7.1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무료로 혈당측정기를 제공하는 뉴질랜드는 재건을 위해 복지 예산을 줄여야 했다. 딱 한 제품만 정하는 뉴질랜드 정부의 국제입찰에서 아이센스는 서류와 견본품 심사뿐만 아니라 원활하게 공급할 생산능력을 갖췄는지, 특허소송에 휘말릴 우려는 없는지 등의 꼼꼼한 조사를 거쳐 글로벌 업체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혈당측정기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이센스 본사 전경(사진=아이센스)
147개의 특허를 보유한 아이센스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의 제품을 왜 강제로 쓰게 만드냐’는 시위가 뉴질랜드 국회는 물론 한국대사관 앞에서도 계속 열렸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타협하지 않았다. 남 사장은 “뉴질랜드 수출은 80억~90억원 규모로 큰 편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큰 힘이 된다”며 “정책 실시 3년 후 나온 뉴질랜드 보고서에서 ‘정책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센스는 매출의 85%를 수출로 올리는데 세계 8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IT(정보기술)를 접목해 측정한 혈당수치는 스마트폰에 바로 저장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환자들이 일일이 수첩에 적지 않아도 혈당수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아이센스는 현재 혈액가스, 당화혈색소, B형간염, 에이즈, 갑상선기능, 암 유전자 등 면역과 관련된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장비를 비롯해 피하지방에 붙이는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도 개발 중이다. 남 사장은 “착용이나 부착이 가능한 새로운 장치들을 개발해 글로벌 업체들과 제대로 경쟁하는 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센스 실적추이. (단위: 억원, 자료=아이센스)
*남학현 아이센스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 주립대(Michigan State Univ.)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광운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같은 과 동료 였던 차근식 교수와 2000년 아이센스를 설립했다. 회사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더 이상 후학양성에 전념할 수 없어 2015년 광운대를 퇴직하고 현재 광운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2008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보건의료과학기술 연구개발 우수연구자 표창을, 2011년 산업기술진흥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아이센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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