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정민아, 너에게 서운한게 한 가지 있었다. 너한테 카네이션을 받아본 것은 일생에 한 번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아. 왜냐면 우리는 매번 주고받는 것 없이 이벤트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그래도 아빠는 조금 서운했어.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주시네. 카네이션 같은 거 안 줘도 되니까 한 번만 좀 안아봤으면 좋겠구나. 너는 카네이션도 못 받아보잖아 이 바보야.”
한강에서 실종 5일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의 발인이 끝난 지 사흘째인 8일. 어버이날이기도 한 이날 정민씨가 발견된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뜻깊은 자리가 열렸다. 정민씨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인 차종욱(54)씨의 중재로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에게 카네이션과 선물을 드린 것.
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故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에게 ‘어버이날 꽃’ 카네이션과 선물을 주고있다.(사진=이상원 기자)
7일 차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정민이가 (아버지께) 어버이날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못드려서 국민의 이름으로 제가 대신 드리겠다”며 “시간이 되신다면 선물을 들고 나와 달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본 시민 70여명은 이날 선물증정식 시간인 오후 3시보다 30여분 일찍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승강장 앞에 모였다. 시민들의 양손에는 카네이션 다발과 선물이 들려 있었다.
오후 3시, 손씨가 도착하자 차종욱씨와 손씨는 서로 맞절을 하고 감사를 표했다. 차씨는 준비해온 카네이션과 편지를 손씨에게 건넸고 손씨는 검은색 쇼핑백에 담은 선물을 차씨에게 주었다. 손씨는 차씨의 손을 맞잡고 “고맙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날 아들이 발견되지 못해 아직까지도 물속에 있었을 것”이라며, “너무나 고맙다. (선물을) 꼭 잃어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차씨는 “전 국민을 대신해 위로의 말씀을 전달하려 왔다”라고 답했다.
손씨가 차씨에게 준 검은색 쇼핑백에 담긴 물건이 무엇인지는 ‘비밀’이었다. 다만 손씨는 “감당할 수 없는 감사를 (차씨에게) 받았기 때문에 기억하실 만한, 앞으로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준비해 제 진심을 담았다”고 말했다.
선물 증정식 이후에는 시민들이 직접 손씨에게 선물을 드렸다. 한 시민은 정민씨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을 했다. 아버지는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라며 “정민아 네 사진을 이렇게 보고 그려주시는 분들이 있을지 몰랐지? 정말 잘 간직하겠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둘러싼 시민들은 “힘내시라”며 함께 눈가를 훔쳤다.
8일 한 시민이 故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에게 전달한 정민씨의 그림과 편지(사진=이상원 기자)
손씨는 “10일 동안 정민이가 관심을 받게 되고 국민들이 정민이를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우리 가족의 불행에 대해 모두 본인의 일처럼 애통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정민씨의) 입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증정식이 끝난 후 시민들은 아버지가 집으로 가는 길을 뒤에서 함께 걸으며 반포한강공원 게이트 입구까지 배웅했다.
손씨에게 선물을 증정한 이모(27)씨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아버지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냐”라며 “사건이 해결되는 바람과 응원하는 마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으로 꼭 전달해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카네이션을 준비해 7살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아버지 이모(40)씨도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남일같지 않고 마침 어버이날이라 애기를 데리고 와 직접 카네이션을 전달해드리고 싶었다”며 “영상과 블로그를 계속 지켜봤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나오게 됐는데 야위신 (정민씨) 아버지를 보니 더욱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고 밝혔다.
차종욱씨는 아버지께 “저를 포함해 수많은 국민들이 위로를 보내주고 계시니까 용기를 잃지 마시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7일 정민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완료했고, 당시 손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가 탑승한 택시,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해 동선의 상당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 결과는 약 2주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