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재촉해도…공정위, 항공·조선 결합심사 속도 못 내는 까닭

더딘 결합심사 쓴소리한 이동걸 회장에 불편한 기류
조선 최대시장 EU…先 행태조치 부과시 이중조치 우려
항공 미국·유럽 경쟁당국 우려…동시조치 나와야 가능
공정위 “항공 기업심사 안 늦어…경제분석 등 거쳐야”
  • 등록 2021-09-17 오전 9:13:13

    수정 2021-09-17 오전 9:13:13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의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 대해 공정위 내부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1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회장은 취임 4주년 온라인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발언했다. 산업은행 수장이 다른 정부부처를 질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답답하다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EU) 등 해외 경쟁 당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공정위가 먼저 승인조치를 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이 경우 결합과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크다.

현대중공업 전경(사진 = 뉴시스)


조선 최대 시장 EU…先 행태조치 부과시 이중조치 우려

먼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조선 최대시장 유럽의 경쟁 당국인 EC(유럽연합집행위원회)다. 한국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특정 사업부문 매각을 명령하는 등 명확한 행태조치를 요구한다. 앞서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명령한 것과 같은 명확한 조치를 요구한다.

반면 EC는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 기업결합을 신청한 회사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자발적으로 결정해 제출한다. EC는 회사가 내놓은 조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승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반려한다.

문제는 한국 공정위의 행태조치와 EC의 결정이 다를 경우다. 한국 공정위가 먼저 A사업부를 매각 또는 축소하라는 취지의 행태조치를 내렸으나, EC는 다른 조치를 요구한다면 기업결합을 하는 조선사로서는 이중 행태 조치가 부과돼 더 부담이 커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EC와 함께 모니터링을 하면서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있으나, 경쟁당국이 구체적인 조치내용까지 서로 공유하지는 않는다”며 “가장 큰 시장이 유럽인데 한국 경쟁당국이 먼저 결론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고 이중조치 부담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EC가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3년째 결합심사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승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불허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장기간 심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도 EC의 심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공 미국·유럽 경쟁당국 ‘촉각’…동시조치 나와야 가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조선보다 더 까다롭다. 출발지 국가와 도착지 국가가 다르기에 두 나라 경쟁당국 조치가 동일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중복 행태조치를 이행해 기업결합을 할 수 있는 조선의 경우보다 더 복잡한 셈이다.

(사진 = 뉴시스)


두 항공사 기업결합은 현재 미국, 유럽(영국포함),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대만 등을 제외하고 아직 승인을 한 주요 경쟁당국이 없다. 우리 공정위가 먼저 승인을 결정한다고 해도 해외 경쟁당국과 조율이 되지 않았거나 불허한 경우 해당노선을 취항할 수가 없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유럽 노선에서 영업을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EC는 올해 초 캐나다항공사인 에어캐나다(Air Canada)의 에어트랜샛(Air Transat) 합병을 불승인했고 이로 인해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현재 유럽 경쟁당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경쟁당국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경쟁제한성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관련 연구용역 종료시기를 종전 6월초에서 10월말로 연기한 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자료 제출 지연 및 부실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그렇게 늦어지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급하다고 해도 경제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심사를 할 수는 없다”며 “빨리 결론을 내고 싶지만 해외 경쟁당국과 조율 등 변수도 많아 종료 시기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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