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유방암과 싸우는 환자·가족에게 위로됐으면

'유전성 유방암' 환자 아픔 소설로 펴낸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
"평생 바위 굴려야 했던 시시포스처럼
돌연변이 유전자 있단 이유만으로
유방암이란 '시한폭탄' 안고 살아야"
환자들의 암 극복하는 과정 다루며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에 주력
  • 등록 2019-09-06 오전 8:48:41

    수정 2019-09-06 오전 8:48:41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이 유전성 유방암 환자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 ‘시시포스의 후손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엄마와 언니가 유방암으로 고생할 때 보호자였던 여성이 어느 날 찾아와 ‘드디어 올게 왔다’고 말하는데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5일 만난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은 최근 내놓은 소설 ‘시시포스의 후손들’을 쓴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소설은 유전성 유방암 환자가 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뤘다. 유전성 유방암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전체 유방암의 5~7%를 차지한다. 이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 위험은 65~70%, 난소암 위험은 10~25% 늘어난다. 유전성 유방암 가족의 남성은 전립선암 위험이 커진다. 김 원장은 국내 유전성 유방암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국내 40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인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책 제목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왕으로, 저승의 신을 속인 벌로 평생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그는 “유전성 유방암은 환자와 가족들은 시시포스처럼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젠가는 유방암이 걸릴 것이라는 운명을 안고 살아간다”며 “6개월마다 암이 생겼는지 검사하는 것 자체가 이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시시포스가 바위를 올리는 산은 환자들이 겪는 과정을 뜻한다. 김 원장은 “실제로 환자들은 자신들이 겪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등의 수술과정을 ‘산을 넘고 내려와 또 하나의 산을 오르는 길’로 얘기한다”며 “또 한쪽 유방암을 치료했더라도 다른 쪽 유방, 난소에서 언제든 암이 생길 수 있어 지속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진흙탕에 처박힌 심정’ ‘차라리 후련하다’ 등 유전성 유방암 가족이 아니라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표현이 많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2005년부터 홈페이지와 환우회에서 환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예방 차원으로 유방이나 난소를 절제하는 수술이 늘고 있다. 졸리는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으로 사망하자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양쪽 유방과 난소를 절제했다.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회가 전국 25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가 예방 차원에서 반대편 유방 절제수술을 받은 건수는 2013년 5건에서 2017년 29건으로 5.8배, 같은 기간 난소 절제수술은 22건에서 79건으로 3.6배 늘었다.

김 원장은 환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카카오톡에 채널을 만들어 환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김 원장에게 진료를 받지 않는 환자라도 유방암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직접 물어볼 수 있다. 김 원장은 “별도의 운영자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모든 답은 직접 한다”고 말했다. 부담스럽거나 번거롭지 않냐는 질문에 “환자의 절박함을 알기에 기꺼이 직접 하고 있다”며 “오히려 나를 찾는다는 게 즐거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원장은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자리를 버리고 대림성모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병원은 김 원장의 부친이 50년 전에 세웠다. 김 원장 합류 후 유방 특화 병원으로 변신 중이다. 이 병원의 유방암 수술 건수는 2014년 10건에서 지난해 162건으로 16배로 늘었고, 올해는 250건이 목표다. 유방 전문영상의학과 의료진이 3명에 이른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 영상의학과와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 비해 모자라는 부분은 방사선치료다. 장비가 비싸 최소 400명은 수술해야 병원 경영에 무리가 없다. 김 원장은 “내년에 도입해 후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유방암 특화병원으로 체질개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소병원이 살아남는 길은 전문화뿐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반경 2㎞ 이내에 대학병원이 3개가 있다”며 “이들과 모든 진료과에서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업을 이어야 한다면 제대로 잇고 싶다”며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대학병원보다 더 편안하게 제공한다면 결국 환자들이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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