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극일’에서 ‘협의’로…일년 만에 바뀐 文의 對日메시지, 왜?

文대통령, 15일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참석
대일 메시지 완화돼…日수출규제 타격 없는탓
국가 대 국가 문자에서 ‘개인의 행복’ 관점 변화도
  • 등록 2020-08-15 오후 3:10:24

    수정 2020-08-15 오후 3:10:24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2019년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메시지)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2020년 8월 15일 문 대통령 광복절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對日) 메시지가 일 년 만에 ‘극일’에서 ‘협의’로 바뀌었다.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출규제가 지난해에는 ‘죽고 사는’ 문제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성과’로 바뀌면서 여유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징용 피해자 문제를 국가 대 국가 이슈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라는 측면으로 관점을 바꾼 것도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의 규제에 맞서”→“마주앉을 준비”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오늘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한국을 ‘흔든’ 것이 일본이었던 만큼, 해당 메시지는 일본이 한국을 흔들지 못 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아울러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한층 완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거나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소·부·장 수출규제가 한국에 치명타를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한국의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정부의 치적이 된 것이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가 완화된 근본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위기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다.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이루며, 일부 품목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까지 이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일본에 한국 안의 사정을 설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05년 네 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징용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와 집행력을 가진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정부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면서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국가Vs국가 아닌 개인의 행복 문제로

일본 징용 피해자 문제를 국가 대 국가 이슈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라는 측면으로 관점을 바꾼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지난해에는 징용 피해자 직접 언급한 부분이 한 차례도 없었는데 이날은 징용 피해자 네 명을 모두 언급했다. 살아계신 피해자 한 명은 이름까지 불렀다.

문 대통령이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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