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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시진 넥센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위원을 하던 2008년 어느날, 이런 말을 했다.
“그라운드에서 한 걸음 물러나 김경문 감독의 야구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두산은 100% 희생 번트 상황에서도 번트를 잘 안 대더라. 한번은 결국 병살타가 나왔는데 다음 타자가 홈런 쳐서 기어코 1점을 뽑았다. 감독을 다시 하게 되면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이듬해 다시 히어로즈 감독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 해 64개의 번트(최소 1위는 두산. 26개)만 기록했다.
하지만 올시즌 넥센의 희생 번트 수는 83개다. 이미 2009년의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 감독만의 경험이 아니다. 일본에선 감독 연차가 짧을수록 번트 보다는 히트 앤드 런 등의 작전이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때문에 번트의 많고 적음은 재미있는 야구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없다. 볼 카운트 2-3에서 무의미한 런 앤드 히트로 타자와 주자가 모두 아웃되는 장면은 재미를 논할 수 없을만큼 허망할 뿐이다.
김시진 감독의 변화처럼 이젠 재미있는 야구의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시야를 좀 더 넓혀 본다면 야구 속에서 보다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번트를 대느냐 안 대느냐 보다 더 흥미로운 것들이 야구 속엔 많이 담겨 있다. 히트 앤드 런만 해도 그렇다. 타자가 컨택트 능력이 있는지, 또 주자의 주루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좋다. 히트 앤드 런의 경우 타자가 심한 압박을 받게 된다. 그 부담을 넘어설 능력이 있는 타자에게 나온 지시인지를 따져본다면 야구가 좀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야구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다. 그저 각자 자신의 기준에 따라 야구를 즐기면 그 뿐이다. 먼저 한계를 그어버린다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폭을 스스로 줄여버리는 실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