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50)침 뱉지 마세요…침은 최고의 진통제

침샘서 분비되는 끈적한 무색 액체 '침', 99.5%는 물로 구성
소화 돕고 세균·바이러스 방어…진통제 역할까지 수행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보다 강력한 천연 진통제
  • 등록 2019-11-03 오후 1:41:02

    수정 2020-09-23 오전 11:27:05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 중 침 뱉기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침은 여러모로 중요한 물질이다. 침은 입 속 침샘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으로 끈적한 무색의 체액이다.

침은 귀밑샘·턱밑샘·혀밑샘 세 종류의 침샘(타액선)에서 하루 평균 1~1.5L가 분비되며 99.5%는 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0.5%는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와 라이소자임, 락토페린, 불소 등 항균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면역글로블린(lgA)이라는 면역물질도 있다. 침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입속으로 들어온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세포를 지키는 일도 한다.

침은 이 밖에도 천연 진통제의 역할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어렸을 때 손에 상처가 나 침을 발랐던 경험이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 침의 99.5%는 물인데 물이 상처에 닿으면 따갑고 쓰리지만 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침 안에는 오피올핀(opiorphin)이라는 강력한 진통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보다 6배 강력한 진통제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실험용 쥐를 이용해 이 같은 오피올핀의 효능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3마리의 쥐를 준비했다. 1번 쥐는 대조군, 2번 쥐는 모르핀 투여 쥐, 3번 쥐는 오피올핀 투여 쥐다. 먼저 오피올핀을 투여한 3번 쥐는 그렇지 않은 1~2번 쥐보다 꼬리에 레이저빔을 조사했을 때 그 뜨거움을 더 잘 참았다.

다음은 압정을 고정시킨 판 위를 쥐들이 걷게 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대조군인 1번 쥐는 얼마가지 못했고 모르핀 처방을 받은 2번 쥐는 1번 보다는 좀 더 그 길을 걸었다. 오피올핀을 처방 받은 쥐는 3마리의 쥐 중 가장 많은 길을 갔다. 아직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이 진행되지 않았고 고통의 조절에 대한 생리학적 역할과 기작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실험은 침을 함부로 뱉지 말아야 할 이유로는 충분한 셈이다. 침은 뱉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것이다.

도움말=이경오 과학커뮤니케이터.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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