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최측근 인선부터 실패하면서 책임총리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동시에 한 총리가 줄곧 강조해 온 `덩어리 규제 개혁`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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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윤 행장이 전날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육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진 25일 후 사흘 만이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긴 하나 총리 보좌 및 부처 조율이 주요업무라 총리 의지가 많이 반영된다.
여당이 ‘윤종원 비토론’을 밀어붙인 데는 문재인 정부 경력 때문이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득주도성장과 탈(脫)원전 등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책임이 있으니 새 정부에서 중용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 행장 고사 이후 “여론을 직시하고 물러나 주신 것은 고맙다. 조금 더 빠른 시간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윤 행장 고사로 인해 윤 정부가 공언한 책임총리제가 시작부터 망가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가 자신의 최측근 인선부터 관철하지 못하는데 더 큰 부담이 있는 정책이나 인선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국무조정실장 천거조차 못 하는 책임총리가 어디 있나. 의전총리, 식물총리 임이 분명해졌다”며 “식물총리를 파트너 삼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은 대답하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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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줄곧 앞세우는 규제 개혁 역시 시작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한 총리는 다수 부처에 얽힌 이른바 덩어리 규제 개선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 규제 권한을 갖고 있던 부처를 설득·압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내각 장악력과 동시에 뛰어난 조율 능력이 필요하다. 한 총리가 윤 행장을 추천한 것은 부처 간 조율의 적임자이자 나아가 야당인 민주당 설득도 할 수 있다는 카드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일각에는 여당이 사실상 `한덕수 길들이기`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행장 자진사퇴 과정이 모두 공개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한 총리는 공개적 망신을 당한 셈”이라며 “권 원내대표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한 총리에게 경고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