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정인이 췌장 절단될 정도 손상"…양모는 미간을 찡그렸다

  • 등록 2021-03-18 오전 8:33:14

    수정 2021-03-18 오전 8:33:14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심한 손상”. 정인이 학대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검의가 이 말을 하자마자 정인이 양모 장모(34) 씨가 미간을 찡그렸다.

지난 17일 서울남부 형사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살인·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씨와 야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6) 씨의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정인이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A씨와 사인을 감정한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유 교수는 정인이의 사인에 대해 “췌장이 완전히 절단되고 장간막 여러 곳이 찢어지는 등 복부 손상으로 인한 대량 출혈로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사망 당일 가해진 충격이 췌장 절단 등 치명적 손상을 입힌 것과 별개로 이전에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둔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장기의 위치와 손상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차에 치인 사람의 복부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압박하거나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복부를 찍혀 췌장이 절단된 사례를 본 적은 있지만 소아의 경우에는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교수의 이같은 증언에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어둔 표정을 짓던 장씨는 미간을 찡그렸고, 떠는 손으로 이마를 만지기도 했다.

장씨는 그동안 정인이를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검찰이 적용한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양부 안씨 역시 “일부 정서적 방조를 한 사실은 있지만 학대를 알고도 방조한 건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인이를 부검한 부검의 소견은 충격적이었다. 이날 부검의는 “정인이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제일 심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통과 팔, 다리 곳곳에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한 상처가 많이 있었다”며“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이는 특수 학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해서 발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상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증언에도 장씨는 이런 상처가 정인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발생한 것이라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부검의는 “머리 쪽과 갈비뼈에서는 과거 발생했다가 치료되고 있는 골절도 발견됐다. 췌장에서도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치유 중인 것으로 보이는 상처의 흔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는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복부 손상이 생기기는 얼벼다”며 “이번 사건처럼 장간막까지 찢어지는 상처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아닌 폭행이 있어야 한다”고 유 교수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부검의의 소견과 법의학자들의 감정서 등을 토대로 장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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