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하향?” 주주들 집단항의에 시달리는 바이오 애널리스트

협박과 쏟아지는 집단 항의 전화 몸살
“임상실패 아니라잖아” 회사발표만 믿어
업종 특성상 정보 구하기 어려운 한계
  • 등록 2021-04-10 오후 8:50:15

    수정 2021-04-10 오후 8:50:15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A바이오사가 임상에 실패했지만 실패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탑라인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한 대형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바이오 포럼 연사로 참석해 A사의 임상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종목 일부 주주들이 애널리스트를 향한 업무방해, 협박 등 도 넘은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크고 개인주주들이 많은 바이오기업 주주일수록 집단적인 항의가 자주 일어난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A사는 탑라인 데이터(Topline data) 분석결과 1차 평가지표(주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1차 평가지표는 영어로 Primary endpoint, 임상 시험을 하는 ‘주목적’이다. 1차 평가지표에서 유의미한 통계가 나오지 않으면 해당 임상은 실패(Fail)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해야만 신약허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1차 지표가 미달했지만 2차 평가지표(부 평가지표) 충족으로 허가를 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A사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발표하면서, 주주들은 ‘실패’라는 단어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에 영향력이 큰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공식석상에서 “실패했다”고 표현하면 욕설을 담은 이메일 폭탄,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전화 등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대장주인 B사가 향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하면서 ‘매도’ 리포트를 냈다가 오랜 기간 항의에 시달리다가 결국 퇴사했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내용이 리포트에 나오는 날에는 해당 증권사 내선 번호로 하루 종일 전화가 쏟아져 전화 연결 자체를 아예 차단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주들의 이 같은 항의는 유독 바이오 섹터에서 심하다. 업계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크고 작은 임상 이벤트에 따라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 바이오는 고정적인 이익이 없고, 전문분야인 만큼 정보를 얻기가 타 산업보다 폐쇄적이라는 한계점도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다른 산업보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발표 이외에는 정보를 얻기 힘든 업종이다”며 “게임은 게임 출시하면 직접 해보면 되고, 제조업도 어디에 수출되고 재고가 쌓이는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에 성공할 거라고 주주들에게 회사가 얘기하면, 주주들은 그 말 만 믿고 몇 년 동안 기다려 준다”며 “공식적으로 회사가 임상 실패라고 발표하지 않은 이상 전문가인 바이오 애널리스트 의견도 믿지 않고, 잘못된 내용이라고 항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 회사가 애널리스트에게 제공한 정보와 주주들에게 하는 얘기가 완전히 다른 경우에도 항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널리스트를 했던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분명 탐방 갔을 때 회사에서 얘기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리포트 공개 이후 주주들이 회사에 항의하고, 회사는 일단 항의를 막기 위해 우린 그런 의도로 얘기한 거 아닌데 리포트가 잘못 나갔다고 다른 말을 한다. 그러면 당연히 모든 화살은 애널리스트에게 쏟아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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