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 10명중 여섯 상급자…결국 피해여성 80%는 "참았다"

여가부, 2018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경험 8.1%…피해자 30%는 2차피해
여성·비정규직·저연령층일수록 피해↑
  • 등록 2019-03-03 오후 12:00:00

    수정 2019-03-03 오후 6:45:56

그래프=여가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가해자는 상급자가 60% 이상이었다.

여성가족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하는 조사로 공공기관 400개와 민간사업체 1200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특히 2015년 실태조사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을 고용한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반면 이번 조사는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 규모별 조사수 차별화 등 다양한 표본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직장 성희롱 경험률 8.1%…상급자가 사무실·회식장소에서

그 결과 먼저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본인이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로 조사됐다. 공공기관이 16.6%로 민간사업체(6.5%)의 2배 이상 성희롱이 많이 일어났고 여성 피해자가 14.2%로 남성(4.2%)의 3배 이상이었다. 비정규직의 피해 경험률이 9.9%로 정규직(7.9%)보다 높았고 20대이하가 12.3%로 30대(10%)와 40대(6%)보다 성희롱 피해를 많이 입었다.

성희롱 행위자의 직급은 61.1%가 상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은 동급자(21.2%)로 나타났고 83.6%가 남성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회식장소(43.7%)와 사무실(36.8%)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기관·기업체 차원에서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피해 이후 ‘직장에 대한 실망감’(28.7%),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 하락’(21.3%), ‘건강 악화’(8.2%)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피해자 대처 유형 (표=여가부)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81.6%는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인식이 충분치 않고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낮은 신뢰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7.8%로 나타나 2차 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을 보여줬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11.2%가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타인의 성희롱 피해를 전해 듣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성희롱 목격 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5%로 절반을 넘어섰다.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율 91%…장치는 마련됐지만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업무 현황(단위=%, 그래프=여가부)


지난 1년간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91%로 조사됐다. 여성과 20대 이하, 비정규직 종사자 규모가 작은 민간 사업체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거의 대부분의 기관(95.4%)에서 연 1회 이상 예방교육을 실시하였으며 교육진행방식으로는 ‘집합교육(76.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희롱 업무 담당자들의 절반(45.9%) 가량은 다른 업무와 병행하거나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가장 힘들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처리 과정에서는 ‘사건처리 경험 부족’이 39.5%로 조사됐다.

즉 대다수 직장에서 성희롱 방지를 취한 체계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 성희롱 피해자들이 고충상담원이나 상담기구 등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율은 낮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015년 조사결과(6.4%)에 비해 높아졌다”며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고 공공부문은 2018년 상반기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 실시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정책 수요로는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개선, 행위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관리직 대상 2차 피해 예방 및 사건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신설하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근거를 마련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가를 통한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성희롱 재발방지 및 성평등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각 기관의 성희롱 방지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피해자들도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피해신고를 주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상담을 통한 지원기관 연계, 기관담당자의 사건처리 지원, 조직문화 개선 현장 대응 등 조직 내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해 직장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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