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증시]막말하면 하한가, 사고치면 관리종목 '정치인 거래소'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까지 국회의원 심판 방법 없지만
정치인 매매 `포스닥`은 매일 평가 가능해 인기 끌어
실제 주식매매 같은 구조…무능 정치인, 하한가 및 관리종목
  • 등록 2019-05-18 오후 2:00:00

    수정 2019-05-18 오후 2:00:00

동아일보사가 1999년 야후코리아와 공동으로 네티즌에게 그해 최고의 인터넷사이트를 물은 결과 포스닥이 1위에 선정됐다.(사진=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선거는 정치인을 시험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문제는 시험 주기다. 국회의원 총선은 4년,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돌아온다. 당선하면 다음 시험 때까지 수년은 해먹을 수 있다. 못해도 상관없다. 시험을 매일 보면 잘하려고 할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국회 마비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수 있다. 내일 시험을 통과하려면, 오늘 공부해야 하는 탓이다.

1999년 6월 등장한 ‘사이버포스닥’은 유권자의 이런 갈증을 해소할 만했다. 여기에서는 가상으로 상장된 실제 정치인을 사고팔 수 있었다. 매일 장이 썼기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하루하루가 평가였다. 거래 시간(0시~22시)도 길어서 평가는 온종일 이뤄졌다.

가입하면 초기 투자금 50만원을 가상으로 받았다. 업종은 △정부 △정당 △무소속 등으로 나뉘었다. 여기에 속한 종목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합산해 종합주가지수도 산출했다. 2000년 2월 원외 정치인을 거래하는 시장이 따로 생긴 것은 당시 포스닥 인기를 방증한다.

정치인 주가는 실제 주식 매매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됐다. 활동(매출 및 영업이익)이 뛰어난 정치인(종목)은 유권자(투자가)로부터 표(주가 상승)를 받기 마련이었다. 그러면 사자가 몰려서 주가가 올랐다.

1999년 6월29일, 정식 거래를 시작한 첫날 장중에 김대중 대통령 주가가 5만28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박철언 3만3000원, 노무현 2만9040원, 김민석 2만8650원, 정몽준 2만8500원 순서(한겨레 그해 6월30일 치)였다. 개장 첫날 강재섭(전 한나라당 대표) 종목의 거래량이 급증하자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정치인이 말썽을 부리거나, 정부 정책에 탈이 나면 하한가를 치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포스닥 덕에 유권자가 정치에 흥미를 붙였으면 하는 게 출제자 의도였다. 포스닥을 만든 신철호씨는 언론 인터뷰(경향신문 그해 6월9일치)에서 “국민이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의사를 표명했으면 했다”고 개발 배경을 언급했다. 현재 신씨는 현재 사진공유서비스업체 OGQ 대표이사로 있는 인물이다.

영향력이 제법이었다. 포스닥은 종목별 대표주주 126명을 선발해 1999년 6월 서울 여의도에서 첫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량주 30종목 가운데 현역의원 14명을 주총장으로 불러냈다. 주주와 종목(유권자와 정치인)은 머리를 맞대고 ‘깨끗한 정치환경 조성과 정치증시 활성화’를 위해 토론을 벌였다.

당시 주총에 나온 현역 의원은 한화갑, 이해찬, 박찬주, 정동영, 정동채, 김영환, 추미애, 김민석(이상 국민회의), 박성범, 맹형규, 김홍신, 안택수, 권오을(이상 한나라당) 박철언(자민련) 등이다. 20년 전 명단인데 아직 현역인 의원이 여럿이다. 당시 주총장에서 ‘정치 발전’을 위해 나눈 얘기는 이들 머릿속에 남아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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