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세의 월세전환…갭투자 많으니 걱정마라?

김현미 “올 봄 강남 갭투자 비중 70%”
월세전환 우려에 ‘갭투자’때문에 괜찮다?
작년보다 갭투자 10%P↑ 정책실패 자인
“수요억제책 오히려 강남 갭투자 유도”
  • 등록 2020-08-09 오후 12:00:00

    수정 2020-08-09 오후 9:40:01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 봄 기준 강남서 갭투자로 집 산 비중이 70%다. 전세금 지급 여력이 넉넉지 않아 쉽게 월세로 전환 못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일명 ‘갭투자’를 하면 월세 전환시 기존 세입자를 내 보내야 하는데, 이때 목돈(전세금)이 들기 때문에 쉽게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갭투자, 월세전환 막는 ‘착한투자’?

여기에는 정책의 모순이 숨어 있다. 정부는 갭투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정의, 방지대책을 줄기차게 펴왔다. 투기지역(서울 전역)에서 집을 살 땐 주택담보 대출비율(LTV)을 40%로 제한했고,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가능액도 상한을 뒀다. 15억원 이상 집은 아예 대출을 막았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 입주기간을 1년으로, 다시 6개월로 단축시킨 것도 갭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런데 임대차3법 시행으로 월세전환 확산 우려가 커지자, 오히려 ‘갭투자가 많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며 갭투자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적폐’의 대명사라도 되는냥 적대시하던 ‘갭투자’ 방식을 월세시대를 늦추는 ‘착한 투자’로 둔갑시킨 셈이다.

그렇다면 김 장관이 밝힌 ‘강남의 갭투자 비중 70%’는 부동산대책 이후 줄어든 것일까. 그게 맞다면 박수칠 일이다. 그 반대라면 정책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갭투자 막으려다, 오히려 키웠다?

사실 갭투자 비중을 확인할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주택거래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한 ‘보증금승계’ 건수를 보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는 비공개 자료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3주 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이데일리가 지난 2월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국토부의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을 보면 강남의 갭투자 비중은 2017년 72%에서 이듬해 50.2%로 뚝 떨어졌다가 작년 61.1%로 커졌다. 이후 김 장관의 말대로라면 70%대(올 봄 기준)로 갭투자 비중이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 8·4대책 당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강남4구 갭투자 비중은 80%로 더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공개자료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는 원칙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가 오락가락 하는 것도 문제지만, 갭투자를 막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규제정책을 폈지만 갭투자 비중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이는 정책의 실패다.

“결국 ‘계층 이동 사다리’만 걷어찬 격”

수요억제책이 오히려 강남으로의 갭투자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강남은 투기지역으로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오히려 전세 끼고 집 사는 게 더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12·16대책 전에는 20억원하는 아파트를 살 때 8억원(LTV 40%)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12·16대책 이후부터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둘 수밖에 없다.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차후에라도 실거주를 하려면 갭투자를 통해 집값 상승분을 상쇄할 선택지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갭투자 막겠다고 실수요자까지 집을 못사게 막는 등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월세전환을 늦추는 근거로 높은 갭투자 비중을 자랑하듯 내세우고 있다”며 “지난 수요억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치워버린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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