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TMI]한국정밀기계, 6개월만에 또 벼랑 끝..투자자만 혼란

상장유지 결론 난 회의록에 "또다시 심사 가능성" 소수의견
전문가 "'코스닥만·5년·별도제무재표'란 기준 자체 문제"
  • 등록 2020-02-21 오전 8:39:31

    수정 2020-02-21 오전 8:39:31

여의도 증권가는 돈 벌기 위한 정보 싸움이 치열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쪽지와 지라시가 도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인 곳입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TMI일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있는 정보, [여의도 TMI]로 풀어봅니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선박 엔진 부품업체 한국정밀기계(101680)가 또 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불과 6개월만입니다. 어쩌다 반 년 만에 다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요.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거래소는 작년 8월 상장 유지 결정을 합니다. 기존에 물려 있던 투자자들에겐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나 신규 투자자에겐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꼴입니다.
한국정밀기계, 주권매매거래 재개 6개월 만에 재정지

2018년 2월, 한국정밀기계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습니다. 그 즉시 주식 거래가 정지됩니다.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상장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그 해 6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선 상장 폐지를 결정합니다.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이때 역시 상장폐지 결정을 냅니다. 한국정밀기계가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이번엔 개선기간이 1년 부여됩니다. 1년 후가 지난 작년 8월,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립니다. 1년 반 만에 주식 거래가 재개된 것입니다.

아무리 상장 유지 결정이 내려져도 `관리 종목`이란 꼬리표는 그대로입니다. 4년 연속 적자일 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1년 더 적자를 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됩니다. 한국정밀기계가 작년엔 반드시 흑자를 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다시 상장폐지 문턱으로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9억원 영업적자. 2018년 149억원 적자에서 적자폭을 최대한 줄였으나 적자는 적자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식 거래가 재개된 지 반년 만에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됐습니다.

반년 만에 다시 주식 거래가 정지된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팔 기회가 많았는데 안 팔고 뭐 했을까, 거래 정지 한 번 풀어줬으면 최소 1~2년 정도는 그냥 냅둬야지” 등 한탄과 원망이 섞여 있습니다. 반년 전 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은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 이제는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준 듯 합니다.

작년 8월 코스닥시장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한국정밀기계의 ‘잠재성’에 주목합니다.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 19억원 기록 및 흑자전환 △하반기 전방산업 불확실성에도 수주잔고 고려 시 실적 개선 가능성 △장기재고 감소, 단기차입금 일부 장기 전환 등 재무건전성 제고 △대표이사의 겸직 해소 및 급여 삭감 등 경영개선 의지 확인 등을 이유로 상장유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회사가 또 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위원은 “2019사업연도에 영업적자를 시현하면 내년에 5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다시 발생한다”며 “상장유지 결정을 내려도 내년에 다시 상장적격성 심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상장유지 결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위원회 정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5명이 상장 유지, 1명이 상장 폐지 의견을 냅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소수 의견이 맞았다는 것입니다.

부실 기업 퇴출에 혼란 가중…“제도에 ‘경직성’ 있다”

가뜩이나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부실 기업의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상장 유지 결정 반년 만에 상장 폐지 대상이 됐다는 것은 신뢰성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1년 반이란 기간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벼랑 끝에서 살아와 6개월간 안심하고 있던 주주에게 또 다시 주식 거래 정지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또 다시 상장유지 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않은 이상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애당초 거래소의 기준이 현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한국정밀기계 같은 경우 지난해 거래 재개 시 거래소가 ‘근시일 내 또 다시 거래정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별도로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그것보다는 제도 자체에 경직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코스닥에만 그것도 5년, 별도재무제표라는 기준들에 문제가 있다”며 “2년만 적자가 나도 위태로운 기업이 있는가 하면 5년 이상 적자가 나도 문제가 없는 회사가 있는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식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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