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亞!금융]'방만경영' JAL은 어떻게 부활했나

2000년대 방만경영에 상장폐지 추락
'경영의 신' 이나모리 회장이 투입해 회생
1Q 코로나發 적자지만..무배당·임금삭감 선언
"산은, 아시아나 구조조정에 참고" 목소리도
  • 등록 2020-07-12 오후 2:10:21

    수정 2020-07-12 오후 9:51:5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업계에서는 ‘일본항공(JAL)’의 사례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JAL은 그야말로 방만한 조직과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지난 2010년 상장폐지와 파산보호 신청까지 밟았던 회사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며 현재는 완전히 다른 회사로 바뀌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인 만큼, 최근 KDB산업은행이 법무법인을 통해 JAL의 기업회생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AFP제공]
비대한 조직, 정치권과의 결탁…JAL의 추락

1951년 설립됐던 JAL의 추락은 2002년 재팬에어시스템(JAS)과의 합병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본 항공계 1위였던 JAL은 3위 JAS가 어려움에 처하자 국내선을 강화하겠다는 이유로 합병을 실시했다. 당시 JAL은 JAS의 2대주주였던 만큼, 어려움 없이 통합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직만 비대해졌을 뿐, 시너지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구조조정이나 노선조정은 하지 않은 채 조직은 방만해졌다.

게다가 당시는 일본 내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급증할 때였다. 신칸센은 비행기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보통 고속철도 역은 공항과 달리 도심에 있다. 하지만 JAL은 국내선 횟수를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해 신칸센과 전면 승부를 시도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방노선을 강화해달라거나 지방에서 해외 유명 관광지로 향하는 항공노선을 마련해달라고 압박하기에 이른다. JAL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적자로 접어들었고 2009년 순손실만 1321억엔(1조4800억원)에 달했다. JAL은 결국 2010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도쿄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일본 최대 항공사인 데다 기간산업이라는 항공산업의 특성 상 일본 정부는 결국 JAL의 회생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일본정부는 기업회생지원기구를 통해 JAL의 회생을 시작했다. 금융채무 5200억엔(5조8500억원)을 탕감했고 3600억엔(4조원)의 대출해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또 5만명이 넘던 직원들 중 3분의 1을 해고해 1만9000명을 감축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전자·정보기기 회사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을 경영자로 투입했다. 2010년 당시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나이는 78세였다.
이나모리 가즈오 전 교세라 명예회장[AFP제공]
코로나로 다시 적자여도…‘조직 체질 변화’

이나모리 회장은 JAL에 취임하자마자 마라톤회의를 열고 현장을 찾았다. 당시 이나모리 회장은 JAL이 목표도, 전략도, 철학도 없는 상태라고 한탄했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운항과 영업 모두 자기 살 길만 찾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교세라 시절 경영원칙으로 내세운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

아메바 경영은 기업을 10~20명의 아주 작은 조직으로 나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인사, 자금, 기술 등 모든 자원 배분의 결정권을 소집단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팀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니 직원들은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면서 단순한 종업원이 아닌 기업가라는 마인드란 생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방만한 조직에서 익숙해 있던 구성원들에게 경영자 마인드를 심어준 것이다.

구조조정도 이어나갔다. 호텔사업 등 자회사들을 매각했고 사업장 3분의 1을 폐쇄했다. 적자가 이어지던 노선 45개는 과감히 없앴고 사내 잘 활용하지 않던 복지시설인 세탁소 등도 폐쇄했다. 2012년 JAL은 회생절차가 시작한 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2012년 9월 재상장을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JAL의 회생에 대해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과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 구성원들의 의식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최근 JAL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JAL은 1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재상장 이후 첫 손실이다. JAL은 바로 임원들의 임금을 연말까지 반납하기로 하고 지난달 이사회에서도 무배당을 선언했다.

국내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이미 2010년대의 위기를 이겨나갔던 만큼, 코로나19발 위기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을 완전히 바꾼, 성공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