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건 또 빈손?…北최선희 “美 마주앉을 필요없다” 대화거부

4일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 발표
비건 방한 앞두고 북미회담 가능성 일축
“美, 우리와 판 새로 짤 의지 없어”
장기적 계산표 짜놔…정책 변경 없다
대북메시지 보고 대화판 복귀 저울질
사전 경고이자, 몸값 높이기 시도
  • 등록 2020-07-04 오후 3:27:23

    수정 2020-07-04 오후 3:35:0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한미 양측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7일 대북 관련 논의 차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확실한 대북 메시지(제재 해제 등 새로운 계산법 카드)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의지인 동시에 대남·대미 압박으로 읽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추진설이 제기되는데 대해 “조미(북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여론”이라며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뉴스1).
최 제1부상은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지적하면서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 제1부상은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국과의 협상을 챙겨온 핵심 실무자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를 강조하며 북미 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공언한 뒤 처음으로 담화를 냈다.

그는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 제1부상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이 있다”며 회의적 반응을 내놨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를 비핵화 협상을 정치적 이벤트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사전 경고이자 동시에,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읽힌다고 봤다.

특히 미국의 대북 협상 실무자인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대미 담화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전개할지 저울질하겠다는 대미압박의 일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 후 대북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획기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북한은 대화 테이블에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대남 군사행동 보류 이후 북한은 일단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의 행동계획을 조절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최 제1부상은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 재추진을 거부하면서도 남북 양자 간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추가적 군사도발을 예고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극적으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의 보류를 결정하면서 남북 간 소강상태를 지속 중이다.

한편 스티븐 비건 부장관은 오는 7일께 방한해 한국 측 인사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기류 변화의 돌파구로 작용할지 관심이었다. 확실한 대북 카드 없이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게 판문점 회동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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