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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과거 제품 구매력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품질이었다면 지금은 디자인의 시대다. 품질 차이의 간극이 좁아짐에 따라 디자인이 차별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카피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인 모방도 쉽게 발생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이 흥행을 하면 우후죽순으로 다른 경쟁사도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최초 등장한 제품을 중국 모처로 보내면 일주일만에 카피 제품이 생산된다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제품이 원조인지 헷갈리고, 제품을 출시한 회사 입장에선 매출이 떨어지니 걱정이 쌓인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디자인 창작을 장려하고자 디자인보호법에서는 디자인의 무분별한 사용을 규제하며 그 이용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등록을 해야 한다. 디자인보호법에 따르면 디자인이란 물품(물품의 부분, 글자체 및 화상 포함)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 시각을 통해 미감(美感)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으로 등록되려면 신규성, 창작성, 공업상 이용가능성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한 등록된 디자인권은 디자인 등록 출원일을 기준으로 20년이 되는 날까지 존속한다.
부정경쟁방지법에는 디자인보호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품을 보호할 수 있는 조문이 있다. 디자인권을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된다면 다양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부정경쟁행위인지에 관해선 법원이 판단하며, 판결이 선고된 이후 권리자가 별도의 등록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다.
위와 같은 사례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에 의해 보호되는데, 해당 법 규정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ㆍ모양ㆍ색채ㆍ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 형태 포함)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ㆍ대여 등을 하는 경우를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상품 형태 모방 규정은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형태의 상품을 강력히 보호하고자 데드카피(dead copy)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식별력이나 주지성 획득 여부와는 무관하게 판단이 진행된다.
결국쟁점은 ‘모방’을 했는지 여부다. 모방은 타인의 상품 형태에 의거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상품 형태가 변경됐다면 변경의 내용 정도,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자)목의 모방상품으로 볼 수 없다. 상품 주체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두 상품의 형태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모방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법적인 구제 방안은 존재한다. 다만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요건에 충족한다는 사실을 법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판단 기준·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부터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