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해 뛰는 기업들]"일본은 없다"…日독점 소재 국산화

[르포] 화학소재 전문 기업 '에버켐텍'
중소벤처기업부 '강소기업100' 선정
전자·바이오·센서 분야 원천 기술에서 두각
"이미 '극일' 이뤄...원천 기술로 중국 시장 선도"
  • 등록 2020-01-12 오후 2:51:42

    수정 2020-01-13 오후 5:49:57

12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에버켐텍. 까다로운 화학물질 관리 법규정을 지키기 위해 공장은 철저하게 외부 환경과 통제돼 있었다. 왼쪽 건물이 생산 공장으로, 외벽은 두께 250mm, 높이 10m의 철재로 만들어졌다.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쿵, 쿠궁.”

12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기초 화학소재 전문 기업 에버켐텍. 두꺼운 공장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하나의 높은 방벽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올라갔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답게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에 따라 빈틈없이 방폭시설을 갖춘 모습이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유모 에버켐텍 코팅사업부 부장은 “830㎡ 정도 규모의 공장이지만 건설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고 화학물질 관련 법규정을 지키기 위해 상당히 애썼다”며 “공장 외벽은 두께 250mm, 높이 10m로 만들었고 공장 내부에 설치된 전선이나 콘센트도 모두 강관을 이용해 방폭설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라 잠시 설비 가동을 멈췄는데도 공장 내부에서는 ‘쏴’ 하는 폭포 소리가 계속 들렸다. 소리의 정체를 묻자 유 부장은 “생산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 등을 외부로 배출하는 국소배기관이 내는 소리”라며 “관련 법에 따라 24시간 끊임없이 가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버켐텍 공장에서는 20여 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기초 화학소재를 매년 1500t 이상 생산한다. 주력 제품인 대전방지코팅제는 반도체와 LCD·OLED 등 제품 공정 과정에서 정전기를 방지해 불량률을 낮추는 핵심 소재다. 에버켐텍이 국산화에 성공하기 전까지 국내 대기업들이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이다.

에버켐텍이 국산화에 성공한 2008년 이후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대표적인 ‘극일’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중국, 대만 등지로 역수출까지 하고 있다. 수입 대체효과는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성민 에버켐텍 대표는 “2018년 수원에서 이곳 화성으로 공장 부지를 옮기면서 생산능력도 8배 이상 늘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에도 지원해 내년부터는 ERP(전사적자원관리)와 MES(제조실행시스템)를 모두 갖춘 첨단 공장으로 한 단계 발돋움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버켐텍 생산 공장 내부. 에버켐텍이 생산하는 대전방지코팅제를 포함한 기초 화학소재들은 모두 수용성 물질로 물이 가장 중요한 기초 원료로 사용된다. (사진=김호준 기자)
소재 국산화 외길 10년…‘강소기업100’ 결실

에버켐텍은 지난해 중기부가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한 ‘강소기업100’ 사업에도 선정됐다. 2008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 대표가 내세운 ‘일본 기업이 독점한 소재를 국산화 하자’는 목표를 10여 년 만에 인정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2019년은 일본 수출규제 사태로 인해 소재·부품 강소기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한 한 해”라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기초소재를 국산화 해야겠다는 직원들의 다짐 덕분에 ‘강소기업 100’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에버켐텍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우선 이 대표가 화학 분야 박사학위를 보유한 연구자 출신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지만, 전체 직원 33명 중 60%를 R&D 인력으로 구성해 기술 개발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에버켐텍 부설연구소는 최근 R&D 역량이 우수하고 사업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한 연구소만 지정하는 과기정통부의 ‘우수 기업연구소’에도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연구소는 전국에서 총 35개에 불과하다.

연구소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모 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기초소재 국산화에 이어, 최근에는 천연 물질로 만든 식품포장용 소재까지 사업화에 성공해 뿌듯하다”라며 “처음에는 연구 인력도 적었고 고객사도 많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에버켐텍 본사에 위치한 부설기업연구소. 에버켐텍은 총 33명 직원 중 60% 이상 직원들이 R&D 인력이다. (사진=김호준 기자)
전자·바이오·센서 융합 기술로 4차 산업혁명 선도

에버켐텍은 오는 2025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0억원으로, 올해는 1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우선 기존 사업인 전자 소재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중국 국영기업과 손잡고 중국향 디스플레이 필름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하나둘씩 중국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가 기술 내재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작년 말 ‘한·중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최종 선정, 2년간 정부로부터 개발비 3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 대표는 “중국 측에서는 우리가 보유한 소재 원천 기술이 일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대전방지코팅제로 이미 극일은 이뤘고 규모가 큰 중국 시장을 이끌 차례”라고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식품포장재용 소재인 EVOH 대체제를 지난해 4분기에 상용화에 성공, 본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EVOH는 외부로부터 산소유입을 막아 햇반 등 즉석식품 포장재에 쓰이는 물질로, 이 역시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소재다. 여기에 더해 최근 독일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차단 기능을 더 강화한 소재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센서 사업 계열사 ‘에버센텍’은 올해부터 한국식품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공동으로 식품 부패감지 가스센서 개발에 나선다. 이 대표는 “가스센서는 전자와 바이오, 센서 기술을 융합하는 최첨단 분야”라며 “중소기업이지만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고자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라고 귀띔했다.

에버켐텍은 조만간 연구 인력을 15% 가량 더 충원할 방침이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 새 부지도 물색 중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가진 원천 기술을 잘 융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며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최종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성민 에버켐텍 대표는 “2025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을 목표로, 원천 소재 기술을 융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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