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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다자무역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는 공급망, 신기술, 디지털 등 신(新)통상의제를 논의하는 데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언급한 일종의 경제협의체로,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동남아 10개국) 등 인도·태평양지역을 아우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IPEF 참여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고,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가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IPEF 출범에 대한 지지와 함께 참여를 공식 천명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의 국제 규범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은 IPEF 참여국들이 4개 분야에 모두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무역과 공급망 분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는 우리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 조세·반부패 분야는 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미·중 무역갈등 속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안보 동맹 성격이 강하다.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면서 경제 영토를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항마 성격의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의 보복 우려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우리 정부를 향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 규범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국가와 모여 논의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보복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