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반발만"vs"기증 의미 살려"…'이건희 기증관'에 엇갈린 미술계

"미술관 부지만 선정하고 지속가능성 검토 안해"
미술관 운영 예산 확보 방안 없단 지적도
작품 효율적 관리·기증문화 확산 등 긍정적 평가도
  • 등록 2021-07-08 오전 9:15:20

    수정 2021-07-08 오전 9:15:2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인 ‘이건희컬렉션’ 활용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 미술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컬렉션을 전시할 ‘이건희기증관’ 건립을 두고 지역반발만 일으키고 미술관의 뚜렷한 목적·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흩어져있는 ‘이건희컬렉션’을 한군데로 모아 기증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이데일리 DB)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이건희기증관’(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 후보지를 서울 용산과 송현동 2곳으로 선정하고, 향후 전문인력을 투입해 기증품의 체계적 등록과 조사·연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영나 서울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총 10차례 논의를 거쳐 확정한 내용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를 두고 “미술관·박물관은 영속적이고 항구적인 기관이다”며 “기증관 부지 선정에 앞서 향후 지속가능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그 내용은 쏙 빠졌다”고 꼬집었다. 종합미술관 형태의 ‘이건희기증관’이 전문성을 갖기도 어려울 뿐더러 향후 ‘이건희컬렉션’ 외에 새로운 수장품 확보가 어려워 지속적 운영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미술관 운영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4개관을 운영하는데 1년에 드는 비용만 750억인데도 항상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건희기증관’을 건립할 경우 매년 550억원의 예산은 들어가야 하는데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활용방안으로 지역갈등만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경한 미술 평론가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지난 3개월 동안 검토한 내용이라는데 미술관 건립 부지를 2곳으로 압축한 것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결국 서울로 선정 지역을 정했다”며 “지방이 납득할 만한 이유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지역반발만 일으켜 좋은 기증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이건희기증관’ 건립으로 향후 기증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전동호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이건희 컬렉션’이 각 기관에 흩어져 있을 경우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울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기증의 의미가 묻히게 된다”며 “접근성 면에서도 컬렉션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여러곳을 방문하지 않고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또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기증품으로 지은 우피치 미술관, 미국 멜론 가문의 기증품으로 지은 워싱턴 국립 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을 언급하며 “해외에서도 기증품으로 미술관을 지은 사례가 여럿 있다”며 “이를 통해 기증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워낙 방대한 기증품을 기존 미술관의 한정적인 인력과 공간으로 모두 품을 수 없다”며 “기증품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정부의 고심이 담긴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지역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지 및 향후 작품을 어떻게 연구해갈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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