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로 빨라진 선박 폐기…국내 조선산업에 기회

IMO "2050년 온실가스 2018년 대비 50% 감축"
에너지효율↑ 탄소배출↓…신조시장 활성화
운용 중인 선박 개조해 규제 대응도 가능
"韓 조선사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 보유"
  • 등록 2021-11-28 오후 3:07:10

    수정 2021-11-28 오후 3:07:10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폐선(廢船)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선박은 더 이상 운행이 어려워져서다.

폐선 대신 개조를 택하는 방식으로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높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 AFP)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해운·조선산업의 규제변화에 따른 폐선(廢船) 시장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중선체 규제가 도입된 후 단일선체 유조선의 폐선 확률이 이중선체 유조선보다 높았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폐선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규제로 폐선 시기 앞당겨져

국제연합(UN) 산하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1992년 이중선체 규제를 제정했다.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해 선박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조선은 유류나 원유를 운반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 비해 사고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와 1989년 알래스카 지역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스호 기름 유출 사고가 그 예다.

단일선체 선박은 선박의 몸통인 선체가 홑겹 구조라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운반 중인 기름과 화학 물질이 쉽게 유출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이중선체 선박은 내부에 강판을 추가해 이중으로 선체를 구성해 안전성이 높고 사고에 따른 해양오염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중선체 규제를 도입한 후 단일선체 선박의 폐선 확률이 이중선체 선박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단일선체와 이중선체의 폐선 확률 차이는 선령이 높아질수록 더 커지며 그 정도가 심화했다.

선령을 기준으로 20년까지 선박이 폐선되지 않고 운행될 확률은 단일선체는 98.1%이며 이중선체 99.3%다. 30년까지 폐선되지 않고 운행될 확률은 단일선체 79.8%, 이중선체 92.2%로 벌어진다. 이 기간을 40년으로 확대하면 단일선체는 58.7%이고 이중선체는 82.5%로 폐선 확률이 더 벌어진다. 이중선체 규제로 단일선체 유조선이 단계적으로 퇴출 당하면서 폐선이 앞당겨진 셈이다.

(자료=산업연구원)


연평균 9.3% 탄소배출…규제 강화하는 IMO

최근 조선·해운 시장의 화두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이중선체 규제보다 시장에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선박 운송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2018년 10억7000만톤으로, 전 세계 배출의 약 2.89%에 해당한다. 전체적으로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선박운송 분야의 탄소 배출은 연평균 9.3%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배경이다.

IMO는 지난 2018년 선박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오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8년 대비 50% 줄이고, 탄소 집약도는 2030년 40%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탄소 규제는 크게 신조선에 적용되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와 현존선에 적용되는 선박에너지효율지수, 탄소집약도지수로 구성된다.

남 부연구위원은 “이중선체 규제는 유조선에만 영향을 미쳤던 것에 반해 선박에너지효율지수, 탄소집약도지수는 모든 선종에 적용되므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에너지효율이 낮은 선박의 퇴출이 발생하면서 전 선종에 걸쳐 폐선 시기가 일시적으로 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해운사들, 기술력 높은 韓 조선사 선택할 것”

환경 규제로 인한 폐선 확률의 증가는 우리 조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환경 규제로 인한 대체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해운사들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조선사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현대중공업)


폐선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신조 시장이 활성화될 여지가 크다. 통상 선박의 교체주기는 20~30년 정도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선박을 장기간 운영하기 위해 규제를 충족하면서 에너지효율이 높은 선박을 발주하는 게 중요해진다. 운용 중인 선박의 개조를 통해 규제를 충족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선박 개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리와 개조 사업을 포함하는 선박 생애주기 서비스의 중요성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선종·선형별로 규제가 달라 폐선의 시기나 규모 등의 영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선종·선형 시장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차별화해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그는 “조선·해양, 에너지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기술 변화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또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이 출현하면 지각 변동이 생길 수 있어 기술 변화에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