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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채의 상속과 세금] 막내에게 집 주겠다는 자필유언장 나왔다면?

  • 등록 2020-04-11 오후 2:19:51

    수정 2020-04-11 오후 2:19:51

[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은 법무법인 태승 e상속연구센터 김예니 변호사, 김(탁)민정 변호사, 채애리 변호사가 연재하는 상속 관련 소송부터 세금, 등기까지 상속 문제 전반에 관한 칼럼으로, 상속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그려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태승 김(탁)민정 변호사] 이상속 씨의 어머니는 일찍 사별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힘들게 이상속 씨와 형을 키웠다. 어머니는 평생 살아온 단독주택(6억원 상당)을 남기고 사망했다. 이상속 씨는 유품을 정리하다 어머니가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을 발견했다. 유언장은 “내가 죽으면 살고 있는 집은 나를 잘 돌봐준 막내 이상속에게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상속 씨가 형에게 자필유언장 존재를 알리고 단독주택 명의 이전을 요구하자 형은 유언장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 상속분대로 2분의 1씩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속 씨는 어머니 유언대로 단독주택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과 집행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법정사항에 한해 법정 방식에 따라 이뤄진 유언만 그 효력을 인정한다. 민법이 정하는 유언사항으로 유증, 인지, 재단법인 설립 등이 있고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및 구수증서에 의한 5가지 방식에 따라야 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즉, 자필유언장은 몇 가지 형식만 지킨다면 혼자서 간단히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자필유언장은 반드시 유언자가 자필로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해야 한다. 타인이 대필을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프린트한 유언장은 자필유언장으로 효력이 없고 △연월일 △주소 △성명의 기재가 빠져 있는 유언장은 무효다. 이러한 형식을 갖춰 작성한 자필유언장은 유언자가 사망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유언자 사망 후 자필유언장을 보관하거나 발견한 사람은 지체 없이 가정법원에 제출해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를 유언검인청구라고 한다. 검인은 유언의 방식에 관해 조사·확인하고 추후에 위조·변조를 방지하며 유언장을 확실히 보존하기 위한 검증 또는 증거보존 절차지, 유언의 적법 또는 유효 여부를 판단하는 심판이 아니다. 다만, 민사법원에 자필유언장에 따른 유언 이행청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가정법원에 검인절차를 통해 자필유언장의 존재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상속 씨는 어머니의 자필유언장을 발견했으므로, 가정법원에 검인절차를 청구해야 한다. 검인 결과 자필유언장의 존재가 어느 정도 밝혀졌음에도 형이 계속 자필유언장의 효력을 다툰다면 민사법원에 형을 상대로 유언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해 이상속 씨에게 단독주택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아야 할 것이다.

◇ 만약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었다면?

한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즉, 유언공증은 유언자가 직접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유언이 가능하고 공증인이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한 후 공증인 사무소에서 보관해 유언의 존재 사실이 확정되므로 따로 가정법원에 검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공증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공증인 면전에다 유언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해 유언자와 증인 앞에서 낭독하며, 유언자와 증인이 유언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후에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다. 공증인이 미리 전달받은 유언자 의사에 따라 유언 취지를 작성한 다음 유언자가 유언 취지를 말하는 것을 듣고 확인하는 방법으로도 작성할 수 있다.

만약 이상속 씨의 어머니가 생전에 자필유언장이 아닌 유언공증을 해뒀다면 이상속 씨는 가정법원의 검인절차나 민사법원의 유언이행 판결 없이 곧바로 단독주택에 관해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

◇ 유언 후의 생전 행위가 저촉되는 경우

이상속 씨의 어머니는 자필유언장을 작성한 이후 식당 운영이 어려워 단독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상속 씨가 민사법원에 유언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형의 소송대리인은 이러한 근저당권 설정행위는 유언 효력에 저촉되는 생전행위에 해당되므로 어머니의 유언은 철회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전후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된 부분만이 아닌 유언 전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 전후 유언이 서로 저촉된다는 것은 전 유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후 유언을 집행할 수 없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로 전 유언은 철회하고 후 유언이 효력을 가진다. 유언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란 유언자가 사망 전에 유언 대상을 처분하는 경우로, 여러 대상들 중 일부만을 처분한다거나 대상에 저당권 기타 물권을 설정하는 경우와 같이 단지 소유권 제한을 받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대상의 소유권을 양도하는 유증과 양립이 가능하므로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상속 씨의 어머니가 단독주택을 막내에게 주겠다는 자필유언장을 작성한 이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은 단순히 소유권 제한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어머니가 유언의사를 철회한 것이라는 형의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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