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주방세제, 동생은 과자 2개” 편의점서 눈물 훔친 사연

  • 등록 2022-01-13 오전 9:39:23

    수정 2022-01-13 오전 9:51:0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발등이 찢어지게 시린 날씨였다. 남성은 우연히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눈물이 났다고 했다. 유달리 추웠던 날씨 때문은 아니었다. 이날 그는 편의점에서 어린 남매를 만났다가 눈물을 흘렸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남성의 사연은 이러했다. 그는 지난 11일 밤 11시께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맥주 4캔을 계산하려는데 과자 코너에서 5~6세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뛰어와 계산대에 과자를 올려놨다.

그는 “제 앞에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남자아이가 가져온 과자의 금액을 듣자 ‘이건 비싸서 안 돼’라고 했다”라며 “남자아이가 그 말을 듣고선 고민도 없이 부피가 작아 보이는 과자를 집어서 올려놨지만 역시 한도 초과였다”라고 했다.

어린 남매가 계산대에 올려놓은 물건은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삼각김밥 하나였다. 이를 본 남성은 과거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자매를 도와줬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이 아이들을 도와주리라 다짐하게 됐다.

이에 그는 아이들에게 ‘저기 아저씨 빨리 계산하게 해주면 너희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뒤로 물러섰다고 했다. 이윽고 먼저 계산한 남성은 약속을 지키고자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는 “먼저 계산하고 나니 두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진짜 울컥했다”라며 “남매는 패딩도 아닌 늦가을에나 입을 만한 외투를 입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그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양보해줘서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야. 돈도 아저씨가 다 내줄 거야. 먹고 싶은 것 다 골라서 여기 담아볼래? 엄청 많이 골라도 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구니에 아이들이 계산대에 올려놓은 물건과 컵라면 몇 개를 담아줬다고 했다. 쭈뼛거리던 남매는 그제야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과자 2개와 주방세제를 담았다.

이에 남성은 바구니에 과자와 라면, 소시지, 빵 등을 더 넣어 계산했다. 그는 “겁내거나 걱정하지 말고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후 편의점을 나선 남성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집 가는 척하다가 편의점 모퉁이에서 (아이들을) 몰래 봤다”라며 “남매는 가로등 아래서 봉지 안을 휘저으며 뭐가 있나 확인했다. 봉지 안을 보던 남동생은 고개를 들면서 씩 웃었다”라고 했다.

이를 지켜본 남성은 “집에 걸어오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아이들에게 더 깊게 이것저것 묻는 게 상처가 될까 참았는데 지금은 사정을 알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남성의 사연은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제가 다 감사하다” “주방 세제를 고른 여자아이가 벌써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결식아동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분들 덕분에 아직 세상이 살 만한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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