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식이법 효과‥운전자보험 가입 3배 늘었다(종합)

4월 신계약 수 72만건...1년전보다 277% 늘어
벌금지원 한도 늘리고 변호사 비용 등 보장
손보사 효자상품 급부상…마케팅 강화 총력
  • 등록 2020-05-05 오후 2:05:00

    수정 2020-05-05 오후 2:05: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출·퇴근길 직장 옆에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야 하는데,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보호 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조금 더 내야 하지만 형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최근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시행이 계기가 됐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냈다가 벌금 폭탄이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민식이법 시행 직후 운전자보험 가입자 3배 급증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의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72만31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27만9280건) 대비 3배, 전년 같은 기간(19만766건)과 비교해서는 무려 277% 증가한 수치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시 발생 되는 벌금과 교통사고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 등 형사적 책임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대인·대물배상 같은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런 계약 폭증은 민식이법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 같은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 상해·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 군(9)이 사망한 사고 이후 시행됐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다. 국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많은 편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14세 이하 10만명당 보행자 중 사망자는 0.54로 OECD 평균 0.23의 2배가 넘는다.

스쿨존 사고는 이전에도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가중처벌했다. 하지만, 민식이법 이후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운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개학이 다가오면서 운전자보험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라며 “그간 운전자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닌 임의 보험이었으나, 이제는 필수가입 보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자상품 급부상…손보사 마케팅 강화

손보사도 운전자보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자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 손해보험회사가 기존 최대 2000만원 수준이던 벌금 보장 한도를 3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민식이법에서 명시한 최고 벌금(3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또 운전자보험에 대한 사고처리지원금 한도 확대, 경미한 사고 보상 등 보장을 확대했다.

DB손해보험은 그동안 보장이 어려웠던 전치 6주 미만 사고에도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300만원 지급하는 특약을 내놨다. 해당 보장은 D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DB손보는 특약 출시 이후 운전자보험을 4월에만 20만건 넘게 판매했다. 현대해상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으로 상향하고 민·형사 법률손해비용은 기존 5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늘렸다.

보험료를 낮춘 보험사도 나왔다. 온라인 전업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월 월 990원으로 가입하는 ‘캐롯 990 운전자보험’을 선보였다.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3000만원과 벌금 2000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 등 월보험료 대비 보장 수준이 우수하다. 한화손해보험도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월 2500원으로 가입 가능한 ‘한화 OK2500 든든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민식이법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그간 월평균 10만건에서 20만건 수준이던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손보사들에게 운전자보험이 좋은 영업 수단이 될 것”이라며 “특히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은 70% 수준으로 낮고, 대면영업이 필요 없어 사업비 부분에서도 쏠쏠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3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스쿨존에서 21건의 사고가 발생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작년보다 스쿨존 내 사고가 58% 감소했고 어린이 부상사고도 54%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사고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초등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현 상황과 등교 수업을 했던 작년의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어설명:민식이법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를 내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가 크게 다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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