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양신도시 토지거래 800명 수사…지자체는 ‘멀뚱멀뚱’

인천경찰청, 특별수사대 편성 '63명 규모'
계양·대장·검암역세권 수사…신고센터 운영
토지거래 공직자 색출·차명거래 분석 집중
인천시·계양구·iH는 뒷짐 “상황 보고 있어”
시민단체 비판 커져 “조사 대상 확대하라”
  • 등록 2021-03-14 오후 1:52:26

    수정 2021-03-14 오후 2:34:11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찰이 인천과 인근 신도시 땅투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양테크노밸리는 토지거래자 8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반면 지자체는 별도의 조치 없이 뒷짐만 지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관들이 9일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인천 특별수사대 편성…수사 속도

14일 경찰,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지난 10일부터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를 편성해 인천·부천 땅투기 의심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주원(경무관) 수사부장이 대장을 맡은 특별수사대는 경찰 수사관 61명, 국세청 직원 2명 등 전체 63명으로 구성했다. 경찰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와 경기 부천 대장지구의 토지거래내역을 확보해 공직자의 매도·매수 현황, 농지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 서구의 대규모 개발사업지인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계양테크로밸리 토지거래 900여건(거래 기간 2013~2018년), 매매자 800여명을 파악해 수사하고 있다. 토지거래내역을 분석해 차명거래 의심 사례, 농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 중이다. 매매자 800여명의 명단은 유관기관에 의뢰해 공직자 여부를 파악한다. 또 대장신도시, 검암역세권 토지거래 현황과 매매자 명단도 파악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투기신고센터도 운영한다.

경찰 관계자는 “토지거래자 중 공직자가 확인되면 내부정보 부정 이용 여부를 수사하고 관련법 위반 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위반해 투기를 벌인 민간인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장지구는 인천경찰청 관할이 아니었지만 인천 인근이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 지침을 받아 이번 수사 대상지에 포함했다”며 “검암역세권은 3기 신도시가 아니지만 개발 규모가 크고 투기 의심이 있어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국토부 자료 제출 뒤 ‘뒷짐’

경찰이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는 반면 인천지역 지자체들은 상급기관의 지시만 이행할 뿐 자체조사를 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와 경기 부천 대장지구 위치도.


인천시는 최근 시 본청·계양구·인천도시공사(iH)의 계양테크노밸리 개발 관련 부서 직원(654명) 명단과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자체조사 없이 경찰과 국토부의 조사 상황만 관망하고 있다.

654명의 명단에는 iH 전 직원 452명(정규직 350명+공무직·운동선수 등 102명)이 포함됐다. iH는 도시개발기관이어서 부서 전체가 계양테크노밸리와 관련됐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인천시와 계양구의 개발부서 직원 명단은 각각 137명, 56명이 들어갔다. 국토부는 654명의 토지거래내역을 조사해 투기 의심건이 발견되면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검암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타 지역 지자체들이 신도시와 대규모 개발지역의 공직자 투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인천시는 전수조사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 공직자 투기 의심건에 대한 신고센터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시가 자체조사를 하지 않으니 계양구, iH도 관련 조사를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 계양구 관계자는 “얼마 전 시에서 개발부서 직원 명단과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요청해 자료를 보냈다”며 “지금은 땅투기 조사와 관련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다”며 “국토부 등의 조사 상황을 보고 있다. 시나 국토부, 경찰이 조사에 협조하라고 하면 그때 가서 협조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iH측은 “우리는 전체 직원이 국토부 조사를 받고 있다”며 “상급기관이 조사 중인 상황에 중복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암역세권을 관할하는 서구도 자체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인천시가 서구(검암역세권)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서구 공직자들은 국토부 조사에서 빠져 있다.

서구 관계자는 “검암역세권 개발사업은 시행자가 iH이다”며 “서구 행정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국토부가 계양테크노밸리 중심으로 조사하는 상황에 별도로 검암역세권의 자체조사를 할 수 없다. 인천시도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감사관측은 “국토부·경찰이 조사하는 상황에 인천시가 자체조사를 해봤자 실익이 없다”며 “협조가 필요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시민은 인천시가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질타하고 있다.

인천시민 김모(52)씨는 “인천시는 자기 직원을 조사하는 것이 부담될 것이다”며 “땅투기 공직자가 색출되면 인천시의 청렴도 점수가 떨어질테니 조사를 안하려고 할 것이다. 자기 식구를 감싸는 꼴이다. 시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윤모(40대)씨는 “인천시가 국토부 등의 조사를 핑계로 전수조사를 하지 않아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시가 저 모양이나 계양구나 서구도 자체조사를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정의당 인천시당은 인천시에 조사 범위 확대, 전수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성명을 통해 “인천시는 검단, 검암, 송도, 청라, 영종 등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지로 땅투기 조사를 넓혀야 한다”며 “전체 공직자와 직계가족, 지방의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장신도시를 관할하는 부천시는 최근 시청 전체 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1차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심건은 나오지 않았다”며 “2차로 토지 매입 기간을 2018년 5월 이전까지로 늘려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 1차 조사는 대장신도시가 발표되기 1년 전(2018년 5월~2019년 5월) 대장지구 땅을 산 직원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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