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사진·영상으로 풀어낸 정전 60년 분단현실

아트선재센터 '리얼 DMZ 프로젝트 2013'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
  • 등록 2013-07-26 오전 10:29:36

    수정 2013-07-26 오후 1:11:12

철원 얼음창고에서 진행한 폴 카잔더의 실험적 퍼포먼스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무엇’. 최종 작품은 사진과 녹음된 음향으로 구성돼 월정리역에서 전시하고 있다(사진=아트선재센터)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올해는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합의한 정전협정으로 민족적 비극에 종말을 고했다. 그 결과 군사적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가 설치됐고, 이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국가로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새기게 하는 실질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DMZ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이념대립의 격전지이자 동시에 한반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분단현실을 미술작품과 사진·영상으로 풀어보는 기획전이 마련됐다. 아트선재센터는 ‘리얼 DMZ 프로젝트 2013’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 특별전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분단 상흔에 피운 예술작품…‘리얼 DMZ 프로젝트 2013’

‘리얼 DMZ 프로젝트 2013’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와 강원 철원군,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협력해 작년에 출범,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전시 프로젝트다.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철원과 아트선재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철원의 전시제목은 ‘보더 라인(Border Line)’이다. DMZ 접경지역인 철원의 안보관광코스 및 유휴시설이 관람코스다.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시작해 제2땅굴, 양지리 옛 민통선 초소,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DMZ 평화문화광장과 평화문화관, 얼음창고와 농산물검사소, 소이산으로 이어진다.

참여작가는 국내외 7개국 13명. 회화·사진·영상·설치 등 20여점을 전시한다. 관람코스 포인트마다 작품을 설치한 방식이다.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는 아일랜드 출신 제시 존스의 심리치료 영상 ‘또 다른 북’과 윤수연의 사진 ‘위장’, 평화전망대에는 김선경의 ‘철원 들녘’, 평화문화광장에는 말레이시아 출신 히만 청의 ‘백년의 고독’, 평화문화관에는 정연두의 ‘태극기 휘날리며-B카메라’, 얼음창고에는 캐나다 출신 폴 카잔더의 퍼포먼스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농산물검사소에는 이주영의 ‘철원기념비3: 제2금융조합’ 등이 있다.

국내 작가들의 접근과 시각도 다양하지만 해외 작가들의 해석이 더 의미 깊다. 존스는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북아일랜드의 분리운동 다큐멘터리를 한국어로 재연한 영상으로 분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카잔더는 전쟁 트라우마에 대해 기억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밝힌 역사적·철학적 연구자료에 근거해 ‘재난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펼쳐 기록한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한국의 역사적 비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는 파란눈의 젊은 작가들이 표현한 작품이 자못 흥미롭다.

관람방법은 코스를 따라 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천천히 둘러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국내 유일의 지뢰밭 속 둘레길인 소이산 ‘지뢰꽃길’까지 체험하자면 해가 넘어가기 쉽다. 민통선 지역이므로 신분증과 차량번호를 지참해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 접수해야 한다. 관람료 성인 4000원. 토요일 오전엔 아트선재센터 앞에서 출발하는 유료 셔틀버스가 있다.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독일 작가 알프레드 하르트와 건축가 김태형의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8월 22일부터는 백승우, 노순택, 박찬경, 마그누스 배르토스, 치엔-치 창, 아민 린케, 히로시 미나미시마 등 10명의 작가가 ‘프롬 더 노스(From the North)’라는 제목으로 사진·영상 등을 소개한다. 02-733-8944.

정연두의 ‘태극기 휘날리며-B카메라’(사진=아트선재센터)
김선경 작가가 철원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인구 기자 clark@)
▲60년 대한민국 현실 돌아봐…‘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은 지난해 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기획전이다. 역시 정전 이후 60년 동안 지켜온 자유와 평화,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됐다. 9월 1일까지 서울 세종로 박물관 내 전시공간과 야외마당, 역사가로 등지에서 진행된다. 주로 한국전쟁과 휴전, 그 이후 역사적 과정에 대한 사진과 영상물을 전시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3개 코너에 사진 120여점과 영상물 60여점 등 총 180여점을 망라했다.

도입부인 ‘아픔의 기록’ 코너에선 한국전쟁과 정전협정, 전쟁의 상흔을 보여준다. 정전협정서, 정전협정지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립과 평화의 노력’ 코너에선 정전협정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소개한다. 판문점 사건, 이산가족 상봉, 연평해전, 개성공단 등 최근까지의 이슈들을 돌아볼 수 있다. ‘휴전 그 후 60년’코너에서는 전후 복구와 한미동맹 등 변화의 순간들을 조명한다. 역사가로 계단에 설치된 영상실에서는 참전국이 바라본 한국전쟁 다큐멘터리와 DMZ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터키 국영방송에서 제작한 ‘잊혀진 전쟁’은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영상이다. 또 미군 40사단과 가평고등학교(구 가이샤중학원)의 60년 우정처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의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자료는 박물관 내 상설전시실에서 실물자료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8월 1일부터 4일까지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연다. 50년대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회, 전쟁 당시의 군가·동요·가곡 등으로 구성된 음악회, 전쟁과 분단을 주제로 한 영화제 등을 펼친다. 그러나 448억원의 정부예산을 들여 출범한 대한민국 최초의 근현대사 국립박물관의 ‘작품’치곤 부족해 보인다. 단조로운 구성과 나열이 못내 아쉽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전시 및 문화행사 관람은 무료다. 02-3703-9261.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전(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6·25 전쟁에 관한 영상자료들(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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