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같은 상황에선 나도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지 않았을 것"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가른 14번홀
김효주 티샷한 공 벙커에 박혀 큰 위기
"모래가 젖은 상태에서 드롭해도 좋지 않아"
  • 등록 2019-07-29 오후 4:48:29

    수정 2019-07-29 오후 5:39:27

고진영.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에비앙레뱅(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내가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언플레이어블(Unplayble)을 선언하지 않았을 것이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이 14번홀(파3)에서 경쟁자였던 김효주(24)의 벙커샷 상황에 이렇게 말했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김효주(24)는 이 홀에서 예상치 못한 큰 위기를 맞았다. 171m의 거리에서 17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 악재가 겹쳤다. 이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모래가 물을 먹어 축축한 상태였다. 보통은 공이 벙커에 빠져도 굴러서 평지 쪽에 멈추도록 코스를 세팅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상태에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할 수 없다.

김효주의 공은 벙커와 그린의 경사진 곳에 박혔다. 흔히 말하는 ‘에그프라이’였고, 경사도 심했다. 또한, 공이 놓여 있는 지점은 경계면에 가까워 정상적으로 스윙하기 어려워 보였다.

김효주는 고민에 잠겼다. 순간적으로 언플레이어블을 선택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벙커 안에서 어차피 드롭을 해도 좋은 상황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김효주는 “확률은 50대50이었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잘 치면 공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피칭웨지로 친 공이 잘 맞았지만, 벙커 밖으로 나갔다가 경사면을 타고 다시 벙커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공이 경사면을 타고 다시 벙커로 굴러 내려오면 발자국 안에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쳤는데 걱정했던 상황이 연출된 건 불운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안타깝게도 이 홀에서 3온 3퍼트를 한 김효주는 트리플 보기를 해 고진영에서 2타 차 선두를 내줬다. 1위를 내준 김효주는 끝내 되찾지 못하고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언플레이어블은 공이 플레이하기 어려운 지역에 들어갔거나 플레이를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벌타를 받고 드롭 후 플레이할 수 있는 규칙이다. 공이 벙커 안에 있을 때는 벙커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홀과 가깝지 않은 지점에서 2클럽 이내에 드롭을 할 수 있다. 단, 언플레이어블은 플레이어만 선택할 수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한 김효주의 선택이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기 내용과 당시의 상황 등을 고려한 김효주의 선택은 가능했다. 만약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트리플 보기보다 더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면 그 선택이야말로 최악이다.

경기 뒤 고진영은 “내가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모래가 젖어 있는 상태였기에 언플레이어블을 하고 드롭을 한다고 해서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김효주의 선택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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