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김희애-유아인의 특급엔딩, 상상 그 이상을 안기다

  • 등록 2014-05-13 오후 11:06:25

    수정 2014-05-13 오후 11:10:27

‘밀회’ 마지막회.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200자 원고지 4페이지에 달하는 고해성사였다.

배우 김희애가 들려준 ‘최후의 변론’은 행복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웃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유아인뿐이었다. 추악함으로부터, 삶의 고됨으로부터, 스스로를 인정하고 내려놓았을 때 두 연인은 미소지을 수 있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밀회’의 마지막은 장황하지만 장황하지 않았다. 검찰 압수수색에 당당히 나서고 발톱을 내세우며 단단한 성장을 이뤄낸 혜원(김희애 분)은 자신에게 집중하겠다고 했다.

‘밀회’
“저는 지금 오직 저 자신한테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분들이 어떤 벌을 받건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주범이 아니라는 말로 선처를 구할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행한 모든 범법행위는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잘못된 거죠. 그 덕에 저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법인 카드, 재단 명의 집, 자동차, 고용인. 저의 성장 배경이나 혼자만의 능력으론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 그 모든 걸 정말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포기한 음악의 세계에도 마음껏 힘을 행사하고 싶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것처럼 유전자에 저금이 돼 있는 것처럼 아무도 뺏지 못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뜻하지 않게 제 인생에 무언가 펼쳐졌어요. 인생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남은 생은 어떻게 살 거냐고. 저는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제 인생의 명장면이죠. 난생 처음 누군가 온전히 저한테 헌신하는 순간이었어요. 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절절한 고백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 친구는 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입니다. 저라는 여자한테 깨끗한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애썼던 것 뿐이었는데.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누구한테서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걸. 심지어 나란 인간은 나 자신까지도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다는 걸. 저를 학대하고 불쌍하게 만든 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고 살면서 저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상처와 절망을 줬겠죠. 그래서 저는 재판 결과에 승복하려고 합니다. 어떤 판결을 내려주시던 항소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약 3분여간 이어진 혜원의 최후 변론이었다. 이 안에 ‘밀회’의 모든 게 담겨있었다. 서한예술재단을 삶의 이상향으로 삼고 달렸던 20대, 스스로도 성공의 도구가 돼 결혼 생활을 이어왔던 30대, 선재(유아인 분)라는 남자를 만나 잊고 지낸 가치를 찾게 됐다는 40대. 유치장에 갇힌 혜원은 함께 있는 죄수들에게 “어린 놈 건드린 죄다, 내 아들이 딱 스무살이다”며 머리를 잘리는 수모를 겪었지만 “목만 따지 말아라”, “이왕이면 삭발을 해달라”며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밀회’
면회실에서 마주한 선재와 혜원은 한층 편안해 보였다. “날 잊어도 돼. 넌 어쩌다 날 만나서 할일을 다했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절대 못했을 거야. 그래서 고마워”라는 혜원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냥 떠나도 돼”라고 눈도 못마주치고 말하는 혜원에게 “집 비우고 어딜 가냐.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같이는 한번 살아봐야죠”라고 어른 답게 이야기한 선재. 혜원에게 선재는 얼마나 듬직한 남자이자, 고마운 존재가 될까.

“그럼, 그러던지.”

혜원의 마지막 ‘도도함’은 아름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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