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핵심화두로 제시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이 뒤따라야 하는데,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는 물론 정부 주도의 취약부문 지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한 개방체제 구축을 통해 국제 경쟁력과 성장동력 확충을 꾀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나 산업 등에 대한 지원과 육성책이 병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마무리됨에 따라 포스트로드맵을 마련하고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등의 처리를 통해 시장개혁을 마무리하고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작업도 중요한 숙제로 꼽히고 있다.
◇양극화해소 `급선무`..일자리창출·취약부문지원 필요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의 지독한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섬에 따라 회복과정에서 `깊은 골`이 패인 양극화 문제 해소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노 대통령의 연두회견에서 언급한데 이어 최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참여정부의 남은 2년동안 우리 사회에 내재된 본질적 과제인 양극화 문제 해결과 저출산 고령화사회 대비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양극화 문제 해결은 일자리 창출과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이라는 두 가지 하위과제로 나눠진다.
한 해 40만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민간기업들의 경영의욕을 북돋우면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규제 혁파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재정지원을 통해 보건 및 의료, 교육 및 보육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병행해야할 것이다.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나성린 교수는 "경제 활성화와 경제 성장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 서민 빈곤층과 청년층의 실질적인 삶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부(富)를 창출하는 세력들의 경제의지를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규제 철폐와 기업들의 기(氣) 살리기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해 살아나고 있는 경제흐름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도 정부가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문화를 만들고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저소득층과 농어촌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은 물론 정책실현을 위한 재원마련 대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숙원인 국민연금의 개혁 또한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한-미간 FTA를 비롯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자유무역협정은 물론 WTO DDA협상 등 개방을 전제로 한 국제통상 이슈는 우리경제의 개방체제 구축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개방화는 해당국가와의 교역 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적 실익은 물론이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체화하고 각종 관행과 낡은 시스템을 선진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기회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부장은 "개방된 경제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제하고 "이런 측면에서 한-미 FTA 등이 중요하며 협상을 잘 끌고갈 수 있는 준비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방화의 물결이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부작용이나 충격,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박사는 "개방화는 어차피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국제적인 대세라고 본다면 그 큰 흐름 속에서 우리 실물경제 전체는 물론 금융과 서비스업 등에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권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서비스업 지원 육성방안을 마련해 취약부문이 대외경쟁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개방화 속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농어촌이나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을 구제하는 일도 정부가 해야할 몫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자발적인 구조조정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촉매역할도 할 필요가 있다.
김준경 부장은 "경쟁압력이 점차 커지면서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구조조정은 우리가 풀어야할 또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며 "직업훈련과 재교육 강화, 업종전환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 마무리해야..정책일관성 필요
참여정부 들어 가장 주안점을 두면서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경제정책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정책.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일관성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서서히 그 성과를 내야할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전체 경제시스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참여정부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양극화문제를 해소하는데도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박사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부동산문제에 전력투구해 왔지만, 사실 시장을 잡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은 기간동안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일관성있는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국회입법을 통해 확정한 8·31 부동산대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부동산 실거래가 전환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실질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강남 등 특정지역의 재건축 재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달중 마련할 후속대책을 통해 불안요인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찾아내고 경제 외적인 요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성린 교수는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보다는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부동산경기를 지나치게 침체시키지 않는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와 거래세의 실질적이고 대폭적인 완화와 양도소득세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강남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교육평준화 제도를 개선하고 신규주택과 기존주택의 공급 확대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개혁 연착륙시켜야..자율적 규제전환 필요
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정책중 하나가 바로 재벌과 시장에 대한 개혁정책이지만, 개혁의지의 후퇴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는 `불완전한 성공작`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를 마련해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재계 요구나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오다 보니 사실상 `누더기`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나 효율성을 높이는데는 일조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제 참여정부가 약속한 3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대신할 `포스트 로드맵`이 현재 준비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을 통한 자율적인 규제로 선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자율적이고 사후적인 규제로 바뀌더라도 본질적인 개혁의지가 꺾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참여연대 김상조 교수는 "시장과 재벌개혁은 협력을 통해 달성 가능하며, 역설적으로 이같은 협력은 규칙을 위반한 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에서 나올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규칙의 엄격한 적용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공정거래법상에 여러가지 예외조항 등을 만들면서 사실상 출총제 등의 실효성이 없어졌고 사라져야할 운명이라면 이제는 상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에 기업집단을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은 물론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자본시장통합법 등에서 연결되는 금-산분리 원칙과 그에 따른 재벌의 금융지배와 금융계열사를 통한 지배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 마무리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등 각 지방에서 추진되는 대형 사업들도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