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전문 웹진 ‘블리처리포트’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알렸다. 매체의 지적은 정확했다. 한국 축구는 또다시 기적을 바라게 됐다.
그간 한국 축구를 대변해 온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기적’이고 다른 하나는 ‘투혼’이다. 대중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신화’로 기억한다. 신화의 사전적 의미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다. 기적의 정의도 그와 비슷한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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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월드컵마다 전력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다. 2002년까지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은 국민적 염원이었다. 이후부터는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원정 1승이 새로운 목표가 됐다. 경기력 분석을 바탕으로 나온 목표가 아닌 ‘타이틀’을 따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 오전 공식 훈련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할 수 있는 일은 해놓고 기적이라기보다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02년 한국 축구 4강 신화의 역사를 쓴 홍명보 감독은 기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성적은 30전 6승 8무 16패다. 대륙별로는 유럽 국가들과 20경기, 아프리카 국가들과 3경기, 남미와 북중미를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과 7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5승 5무 10패를, 아프리카팀을 상대로는 1승 1무 1패를, 아메리카 팀을 상대로는 2무 5패를 기록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 한국이 월드컵에서 승리한 것은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2-1)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2-0)이 유이하다.
한일월드컵의 기적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축구 강호 유럽과 남미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 빅리그 진출 선수들은 크게 늘어났지만, 한국 축구는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H조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에 대패한 후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스 히딩크와 홍명보는 분명 소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소신은 자칫 ‘고집’으로 비칠 수가 있다. 히딩크는 ‘뚝심’인데 반해 홍명보는 ‘고집’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홍명보는 히딩크에게서 많은 유산을 얻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지략가보단 여전히 ‘큰형님’ 느낌을 내고 있다.
한국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불과 12시간 앞두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아니라 누구라도 당장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변화’다. 같은 방법으로 기적을 노리기보단 유연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홍명보 감독에겐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당장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막연한 기적’이 아니라 ‘전략과 변화를 통한 가능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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