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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이 회장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20.76%) 중 절반(10.38%)을 물려받으며 한껏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국회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 처리 여부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가 열린 직후인 지난해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현재 보험업법은 특정 회사나 그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 등 보유액을 총 자산의 3%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돈을 한 곳에 ‘몰빵투자’하거나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 보험업법의 핵심은 3%를 계산하는 기준이 ‘취득 당시의 원가’인데 이를 ‘현재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게 자산운용상 문제가 없고 다른 금융업권도 이렇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 규모인데, 3%(9조3000억원)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종가 기준으로 41조4000억원 수준이다. 약 32조원(지분 6.6%) 어치를 처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매각이 현실화하면 이재용 부회장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개정안이 통과되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결국 삼성물산이 이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고 삼성생명은 매각차익에 대해 천문학적 세금을 물어야 하는 등 사회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도 삼성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정무위원회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삼성에 그 문제를 지적해 왔다”면서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계속 환기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