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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량 자급률 20%선도 무너질 판…공급망 차질에 무방비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③위협받는 식량안보
`식량 창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수급 변동성 확대
식량 자급률 주요국 중 최하위, 밀은 99% 수입산에 의존
전문가들 "주요 곡물 수입부터 유통·판매체계 개선 시급"
  • 등록 2022-05-29 오후 3:41:53

    수정 2022-06-16 오전 8:51:5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 자급률은 90%를 웃도는 반면 각종 가공식품 원재료가 되는 밀은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품목별 의존도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 제고 대책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식량 안보를 확보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밀가루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공급망 차질은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밀 1위, 옥수수 6위, 보리 3위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밀 5위, 옥수수 3위, 보리 2위, 유채 3위, 해바라기유 1위의 수출국이다. 이들 국가의 전쟁은 곡물 수출량 감소로 이어지며 세계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158.5로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2014~2016년 평균(100)에 비해 50% 이상이나 오른 수준이다.

식량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식량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로 20%도 붕괴될 위기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도 2020년 기준 45.8%에 그치고 있다. 주식인 쌀의 경우 92.8%로 국내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밀은 0.8%, 콩 3.6%에 불과하다.

주요국 자급률을 비교해도 한국은 최하위 수준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의 곡류 자급률은 25.5%지만 미국(135.7%), 프랑스(179.7%), 독일(104.7%) 등은 100%를 훌쩍 넘는다. 스위스도 46.2%에 달하고 이웃 국인 일본(29,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채소류(105.2%)와 계란류(104.7%)은 국내 자급력이 충분하지만 육류은 68.6%에 그치고 유지류는 곡류보다도 낮은 22.1%에 머물러있다.

곡물 중 밀 자급률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여파로 저렴한 수입산이 비중을 차지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수입산 밀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국내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라면, 제과, 제빵 등 가공식품의 값 또한 연쇄적으로 상승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부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이 발생했던 지난 2008년부터 밀 자급률을 10%까지 확대하겠다며 여러 차례 대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에는 ‘제1차(2021~2025)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 2026~2030년 1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국산 밀 비축 매입량을 확대하는 등 밀 수급 안정과 식량 안보에 대응할 방침을 세웠지만 이미 식량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초 식량 위기를 겪으면서 자국산 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비 지원을 지속했다. 이에 3%대에 그쳤던 밀 자급률을 2019년 17%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밀 뿐 아니라 주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입·유통·판매 체계 개선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은 “국제 곡물 위기 대응은 대규모의 정부 재정이 소요될 뿐 아니라 민·관 역할 정립과 협조를 전제한 장기 계획과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정부의 국내 생산·공급 확대 정책에 민간의 곡물 수출국 생산·유통·교역 단계 진입이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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