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은 유학생` 대신 `희망 멘토` 할래요"

美유학생들 `Teach for Korea` 구성해 교육봉사 나서
저소득층 초·중학생들과 첫 `1:1 희망멘토링 캠프`
  • 등록 2011-07-19 오전 11:02:14

    수정 2011-07-19 오전 11:02:14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올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리하이대학 국제관계학과 신입생이 된 박지현(20)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말썽쟁이에 반항아였다. 공부에 있어선 남에게 뒤처지지 않았지만, 외고의 빡빡하고 틀에 갇힌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부모님께 대들기 일쑤였고, 학교를 빠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다 결국 1학년 때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갔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막연하게 선택한 미국에서도 적응을 잘 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 그러다 억지로 풋볼을 시작하게 됐고, 풋볼 코치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 일대일 희망멘토링 캠프에 참여하는 박지현 군.
철학교사이기도 했던 풋볼 코치는 그동안 만나본 어른들과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늘 `그러면 안된다`는 등의 말만 했지만 코치는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를 불러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얼토당토 않은 불만을 쏟아내도 관심있게 들어줬다. 코치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그는 인생의 목적을 찾게 됐다.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라는 간단한 말을 그때 누구도 제게 해주지 않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누군가 잡아줬다면 제가 힘들었던 시기도 단축됐을 거예요. 저도 누군가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박군처럼 누군가로부터 받은 관심과 애정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미국 유학생들이 한 데 뭉쳤다. 25명으로 구성된 미국 유학생 교육봉사단 `한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Korea)`. 봉사단의 이름은 미국의 비영리교육단체인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에서 따 왔다.

이들이 봉사단을 구성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대표인 전운기(23)군이 한국 사이트에서 `미국을 위한 교육` 관련 기사를 보다가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단체가 없나`란 댓글을 읽게 된 것이다. 평소 봉사에 관심이 많던 전군은 주변에서 같은 뜻을 가진 친구들을 모았고,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각 지역 교육청에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예산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던 차에 서울시교육청과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지난 3월 말부터 소통을 이어가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힘이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교육청은 유학생들과 저소득층 가정 초 ·중학생들과의 만남이 사고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하에 처음으로 일대일 희망멘토링 캠프를 2주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7월19일부터 8월5일까지 신암초등학교와 천호초등학교, 오금중학교, 천호중학교 등 4곳에서 멘토링 교육봉사를 하게 된다. 멘토 1명당 학생 1~2명이 한 팀이 되어 함께 영어와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생태체험과 경로당 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유학생들은 캠프가 끝난 뒤에도 이메일과 전화, 편지 등으로 지속적인 멘토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각에선 봉사 점수 등의 이유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또 살아온 환경이 달라 저소득층 학생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기간이 짧아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는 걸 유학생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진심이 통할 것이란 믿음으로 봉사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군은 "유학생이라는 신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편견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정말 순수한 의도를 갖고 시작했다는 점은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2기, 3기 등 멘토링이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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