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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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울산HD를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긴 가운데 상처는 남은 팬들의 몫이 됐다.
울산은 11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 감독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당분간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후임 감독을 찾을 예정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감독 후보에 이름이 오를 때마다 줄곧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홍 감독이었기에 모두가 놀랐다. 특히 시즌 중 수장을 잃게 된 울산 팬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10일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경기에서 울산 팬들은 홍 감독과 협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축협의 개 MB’, ‘피노키홍’,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K리그 무시하는 KFA 아웃’, ‘삼류 협회’라는 걸개와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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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한 울산 팬은 속상하다면서 “협회와 홍 감독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든 저희에게는 분명히 안 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순간에 다 저버렸다”라며 “그 부분이 가장 실망스럽고 수장이 없어진 선수단 분위기도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표팀에 가게 된 상황을 설명하며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해서 피해 없게 하겠다고 했다면 다른 구단 팬들도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 것”이라면서 “갑자기 선두 경쟁을 하는 팀의 감독을 빼 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울산 팬 역시 협회와 홍 감독을 함께 꼬집었다. 그는 “정떨어지는 행보”라면서 “K리그가 발전하고 대표팀 경기력을 향상하는 게 순서인데 마치 대표팀이 최고고 K리그는 그 밑에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라고 자국 리그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표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라며 “울산의 2연패를 이끌어주신 좋은 감독님이시나 마무리는 분명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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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울산의 상대 팀이었던 광주 팬들도 안타까워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 역시 후보군에 있었기에 피부로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다. 한 광주 팬도 남 일 같지 않다며 “중간에 누가 저희 감독님을 빼 간다고 하면 기분이 정말 상할 텐데 과정도 부드럽지 못했다”라며 “울산 팬들의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됐기에 불안하긴 했다면서도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혹은 기득권층이 저희 감독님을 뽑진 않을 거로 생각해서 덜 걱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광주 팬은 홍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역량이 충분하다면서도 “K리그 팬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그 선두를 다투는 팀의 감독이 갑자기 대표팀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만약 저희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굉장한 배신감이 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직에 오르는 과정이기에 충분히 축하받을 수 있으나 협회의 미숙함으로 다들 실망감과 서운함만 남게 됐고, 이는 어느 구단 팬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프레스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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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 감독은 “제 축구 인생에 있어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예전 실패를 떠올리면 너무 끔찍했으나 반대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라며 “결과적으로 저는 저를 지키고 싶었으나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라며 “이게 제가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부분을 바꾼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울산에 있으면서 팬,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좋았다”라며 “얼마 전까지 응원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다시 한번 울산 팬, 처용 전사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