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처럼… 소요산에 빠지다

  • 등록 2008-11-12 오전 11:09:16

    수정 2008-11-12 오전 11:09:16


 
[노컷뉴스 제공] 출근전쟁이 끝날 때쯤 무작정 지하철에 몸을 싣고 길을 나선다. 오랜만에 월차를 내면서 갖게 된 평일의 여유. 잠시 차를 몰고 나올까도 생각했지만 러시아워를 떠올리자 머리부터 지끈거렸다. 이런거저런거 따져봐도 제시간에 정확히 목적지로 이동시켜 줄 수 있는 건 기차뿐이라는 생각이다.

신길역 1호선 플랫폼. "소요산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짧은 안내 방송이 귓전을 흔든다. 당초 서울역에서 지방으로 향하려던 여행 계획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지하철 1호선(경원선)'에서 엉덩이가 자꾸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소요산'이라도 되는 것처럼.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보다 자리를 지키고 눈을 지그시 감은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등산복을 입고 수다를 떠는 산행객들 너머 차창으로 울긋불긋 물든 산과 추수가 끝났음에도 황금빛이 역력한 논밭이 눈을 맑게 한다. 재작년부터 운행된 소요산행 광역전철(경원선)이 주는 이로움 중 하나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집을 나선 지 한 시간 반, 요금 1800원으로 도착한 소요산역엔 이른 아침 산행을 마치고 도심으로 향하려는 객들이 플랫폼에 길게 늘어서 있다. 휴대폰으로 열차운행시간을 찍어두는 재치를 발휘하는 객들을 뒤로하고 역을 빠져나왔다.


역에서 5분 걸었을까? 횡단보도를 건넜을 뿐인데 바로 앞이 소요산 입구란다. '소요산을 위한 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척에 자리하고 있었다.

군밤 한 봉지와 물 한 병을 채우고 들어서자, 소요산은 원색의 단풍터널로 나를 맞이한다. 살짝살짝 잎사귀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에 잠시라도 눈을 감을라치면 어느새 불어온 가을바람이 그늘과 낙엽향기로 모든 걸 잊게 만든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목을 축이고 비교적 가벼워 보이는 '공주봉'을 물어물어 올라섰다. 1시간 40분만에 올라선 봉우리는 더 높은 정상으로 나를 안내했지만, 여의치 않은 시간과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현실은 발걸음을 되돌리게 만든다.

왕복 3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들어선 소요산역. 항상 그렇듯 역전엔 떠나려는 사람들과 들어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어느새 플랫폼엔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가을 행락객들로 가득하다. 서서히 들어서는 열차는 '정확히' 이 모두를 일상으로 다시 안내할 것이다.
◑.◐TIP-소요산에 가려면…

지하철 1호선 구간에서 소요산행 전철을 이용하면 바로 갈 수 있다. 평일·토요일엔 약 30분 간격으로 한 시간에 2차례씩 운행되지만, 일요일·공휴일에는 약 20분 간격으로 한 시간에 3차례씩 증편 운행된다. 서울역을 기준으로 요금은 1700원(편도)이며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소요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는 의상대로 해발 587m에 이른다. 가장 긴 코스로는 소요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수터 또는 동막골로 이동해 시작하는 코스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1시간 30분 정도로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공주봉(해발 526m)코스를 비롯해 2시간 40분에서 3시간이 소요되는 자재암코스, 팔각정코스, 먹쟁이골 코스가 있다.


▶ 관련기사 ◀
☞이번 주말, 양재천 나들이 떠나볼까
☞어명이다, 산 그림자를 찾아라! - 괴산 낙영산(落影山)과 질마재(VOD)
☞"칠십 평생 소리만 혔지"… 육자배기 ''달인'' 마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