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김성근식 훈련의 피해자였을까

  • 등록 2015-02-26 오후 5:12:47

    수정 2015-02-26 오후 5:12:47

사진=한화이글스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1990년대 초, 삼성엔 허삼영이라는 유망주 투수가 있었다. 매우 빠른 공을 갖고 있었으며 예리한 슬라이더를 지니고 있어 대성할 자질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프로 1군 무대에서 2년간 고작 4경기에 출전한 뒤 쓸쓸히 은퇴를 해야 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허리 디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그가 처음 프로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감독이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었다. 허삼영은 김 감독이 점찍은 투수였다. 그 어느 선수보다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아팠다. 때문에 허무하게 사라진 유망주 허삼영은 김성근 감독식 지옥 훈련이 만든 폐해 중 하나로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그는 정말 지옥훈련의 피해자였을까.

진실이 궁금해 직접 그에게 물었다. “김성근 감독 훈련이 문제였던 건가요?”

그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었다. “원래 디스크가 있었는데 그걸 몰랐던 거죠. 그 전까진 아파도 대충 참고 했었는데 프로 들어와서 처음 병원에 가 봤고, 고질적으로 디스크가 있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훈련을 많이 받아 다친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짧았던 젊은 시절의 강훈련은 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까. 그저 지우고픈 힘든 기억일 뿐이었을까.

그는 이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전엔 미리 안될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하니까 된다는 걸 알게됐죠.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걸 알게되니 이후 삶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엄청난 훈련량을 견디면서 정신의 힘도 배웠구요. 초라하게 은퇴하고 나서 정말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다 해낼 수 있는 일이고 과정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모두 지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그 때 배운 것입니다.”

그럼 유망주 허삼영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 팀인 삼성의 운영팀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맡은 분야는 전력 분석.

전력 분석의 의미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생경한 분야를 개척해 온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그의 분석력은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인정을 받을 만큼 빼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야구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야구를 만드는 장인(匠人)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홀로 일본어를 익히고 야구 공부를 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개척해온 결실이다. 그리고 그는 그 출발점에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거라 여겼던 것을 이겨내는 법을 알게 된 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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