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우리 지역에"..미술계·지자체 유치 경쟁 치열

미술계 주비위원회 결성, 서울 송현동 부지 제안
박형준 부산시장 "수도권 문화 집중 극심"
이병철 고향 의령군 "삼성과 뿌리 깊은 인연"
  • 등록 2021-05-04 오전 9:32:38

    수정 2021-05-04 오전 9:32:3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만 3000여점에 달하는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 미술품을 전시할 별도 공간인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전용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미술계는 서울에 기부 미술품을 기반으로 한 근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주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 집중’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삼성가와의 인연을 이유로 들며 지역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281×568cm(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계 인사들은 지난달 29일 저녁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삼성가에서 기증한 근대미술품 100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000여점을 한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취지다. 주비위원은 김종규 국민문화유산 신탁 이사장, 신현웅 전 문화관광부 차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으로 이들은 국립근대미술관 부지로 서울시 소유로 전환된 송현동 문화공원부지를 지목했다.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송현동 부지는 삼성생명이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매입했던 곳이지만 IMF 이후로 매각을 했다.

지자체도 차례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박형준 부산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짓는 논의가 유족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서울에 짓는 것처럼 보도가 나온다”며 “문화의 서울 집중도 극심한 현실에서 또 서울이라니”라며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부산이 이건희 회장의 고향임을 강조하면서 “부산은 국제관광 도시로 지정돼 있고,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미술관 건립에 적극 의견을 내비쳤다.

삼성전가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출생지인 경남 의령군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생가가 있는 의령 정곡면 친가에 살며 할머니 손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잘 살려 많은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건희 미술관’을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유치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삼성과 뿌리 깊은 인연이 있는 의령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도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 의지를 드러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3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과 김경수 도지사, 경남도내 7개 시장·군수가 참석한 경남지역 현안 간담회에서 “최근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마산해양신도시에 이미 부지가 확보돼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과 연계해서 짓는 것이 미술관 컨셉트에도 맞고 추진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창원시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내부 회의에서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증 미술품 전시를 위한 미술관·박물관·수장고 건립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수장고도 부족하고, 이번 기증을 계기로 문화재 기증이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술관과 수장고 건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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