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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1일부터 2019년 1월 8일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렸던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자유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파하면서 쌍방향 소통에 무게를 뒀던 지난 20개월은 말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지방선거 압승과 지지율 고공행진,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 등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소통수석실 직원들과의 환송회를 앞둔 윤 수석을 만나 청와대 생활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의 이날 신년기자회견이 화제에 올랐다. 윤 전 수석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에서 TV로 신년회견을 지켜봤다”며 90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수석은 이어 “대통령께서 무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잘 마무리하신 걸 보고 ‘내 임무를 다 마무리했구나’는 안도감이 들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일문일답을 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대통령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나리오 없는 기자회견이 차기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훨씬 부담이 될 것”이라고 동의했다.
청와대 생활 중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는 4.27 1차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렸다. 윤 전 수석은 “판문점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점심을 같이했다”며 “잠시 쉬는 시간에 ‘평화의 집’ 옥상에 올라가서 북녘 땅도 바라보고 하면서 임종석 실장하고 뜨겁게 포옹을 했다. ‘나는 더이상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는데 그때의 감동이 이후 어려운 고비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고 말했다.
가징 힘든 순간으로는 2017년 12월 중국 국빈방문을 꼽았다. 윤 전 수석은 “사드보복을 풀기 위해 중국방문을 각별히 신경썼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었다”며 “그런데 기자폭행, 혼밥논란 등 돌발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순간적인 대처를 해야 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고용지표가 계속 안좋게 나왔던 순간들도 힘들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그날이 굉장히 두려웠다.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윤 전 수석은 향후 개각 과정에서 입각이나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된다. 윤 전 수석은 이와 관련, “성격 자체가 남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 못된다. 청와대에 들어올 때도 정치를 하겠다고 들어온 게 아니라 촛불을 거치면서 ‘이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서 들어왔던 것 같다”며 “앞으로 뭘 할 것인가에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일단 좀 쉬고 조금 더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죠”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