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45%는 여전히 ‘괴롭힘 당했다’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째
직장갑질 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 조사
45.4%가 "지난 1년 간 직장 내 괴롭힘 당했다"
'괴롭힘 줄었다' 53.5%…직급·성별따라 큰 차이
  • 등록 2020-07-05 오후 4:00:00

    수정 2020-07-05 오후 9:54:0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10명 중 4명이 넘는 직장인이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10명 중 4명은 괴롭힘 당해…“당해도 참거나 모르는 척”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4%(454명)에 달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9.6%), 부당지시(26.6%), 업무 외 강요(26.2%)를 당했다는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폭행·폭언을 당했다고 답한 이들도 17.7%에 이르렀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대부분 회사나 정부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에 대한 복수응답 질문에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2.9%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개인적으로 항의했다’(49.6%), ‘친구와 상의했다’(48.2%), ‘회사를 그만뒀다’(32.9%)가 이었다.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했다고 대답한 이들은 괴롭힘을 당한 이들 중 단 3%에 불과했다.

괴롭힘을 당해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자들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67.1%),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24.6%)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실제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회사나 관계기관에 신고한 이들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9%,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43.3%에 달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괴롭힘은 줄었다는데…세대·직급·성별에 따라 큰 차이

그럼에도 더 많은 직장인이 개정 근로기준법을 시행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느끼는 응답이 53.5%(535명)로,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는 응답(46.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직장갑질119 측은 “한계가 많은 개정안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드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결과”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응답자의 나이나 직급, 성별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감소를 느끼는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50~55세(63.4%)·40대(57%)가, 직급별로는 상위 관리자(75.9%)·중간관리자(57.9%)가, 성별로는 남성(58.9%)이 각각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을 비교적 많이 선택했다. 20대(46.1%), 일반사원(51%), 여성(46.4%) 등은 비교적 적은 인원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개선됐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직장갑질119가 이와 함께 조사한 ‘2020년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는 69.2점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100점에 가까울수록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잘 느낄 수 있다고 보는데, 지난해(68.4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 여성(72.4점), 20대(71.5점), 비상용직(70.2점), 공공기관(71.5점), 일반사원급(70.5점),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노동자(71.1점) 등에선 평균보다 높은 감수성을 보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직장갑질 119 측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우선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한 조항을 바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4인 이하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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