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국영 TV 등을 인용해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카스트로 전 의장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은 피델 카스트로가 25일 밤 10시29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골은 유언에 따라 화장되며 9일간의 애도 기간을 거쳐 내달 4일 장례가 치뤄질 전망이다.
공산혁명으로 친미 정권 무너뜨려..반세기 넘게 통치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59년 쿠바 혁명을 일으켜 친미 정권을 무너뜨리고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총리, 공산당 제1서기, 국가평의회 의장 등으로 반세기 가까이 반미 사회주의 정권을 이끌어 왔다. 미소 냉전 시기 당시 공산주의 노선을 걷던 소련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쿠바는 작년 7월 50년 이상 적대해 온 미국과 국교를 회복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교 회복을 기념해 올 3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 88년만에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하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9월 쿠바를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면담에서다. 앞서 그는 90세 생일을 맞아 8월에도 대중앞에 모습을 보였다.
피델 카스트로는 1926년 스페인 출신 이주민 아들로 태어났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53년 바티스타 독재정권 타도를 시도했다가 붙잡혀 징역 1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2년 뒤 석방돼 멕시코로 건너가 혁명을 구상하고 1959년 1월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렸다. 반세기 가까이 쿠바를 이끌어오다 2006년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 권력을 넘겼고 2008년에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 후에도 쿠바 정치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엇갈리는 평가
피델 카스트로 사망을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전 세계가 60년 가까이 쿠바 국민을 억압한 야만적인 지도자의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며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 집행, 절도, 상상할 수 없는 빈곤과 고통, 인권 유린 등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 국민이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강한 카리스마로 쿠바의 국가적 구심력이 돼 온 카스트로 전 의장의 죽음이 쿠바와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