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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반대' 逆쿠데타 제보자 드러났다… 美문서에 나온 '이범준 장군'

미국 협조하에 5·18민주화운동 관련 문서 206쪽 비밀해제
발포 명령자 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어
이범준 장군,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별세로 사실확인 방법이 없어"
  • 등록 2021-09-16 오전 9:53:18

    수정 2021-09-16 오전 10:22:2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980년 초 전두환반대파 장성들의 역쿠데타 움직임을 미국 정부에 제보한 인물이 15일 비밀 해제된 미국 국무부 문서로 공개됐다. 1980년대 초 역쿠데타 음모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와 관련된 미국 외교문서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16일 미국 정부의 협조하에 카터대통령 기록관에 보관돼 있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서 206쪽이 비밀해제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밀해제가 완료됐지만 디지털화 작업이 완성돼 있지 않던 문서 576쪽도 한국정부에 제공됐다.

이번에 비밀 해제된 문서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백악관 등에 발신한 외교전문과 미국 국가안보위원회(NSC)가 작성한 메모랜덤이다. 누가 광주시민에 발포를 명령했는지 등 당시 군사작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 제공)
◇‘선배 장교그룹’으로만 언급된 제보자 실체 공개…美의도 몰라 거절


이 중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작성한 1980년 2월 1일 ‘한국군 내 반(反) 전두환 움직임 관련 첩보 입수’ 제목의 문서에는 제보자로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장군은 류병헌 합동참모의장과 주영복 국방장관,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장관을 ‘3스타’로 승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최규하 대통령은 이에 맞서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류병헌 합참의장은 몇 달 전후로 육군 내에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범준 장군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된다. 최용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이범준 장군은 육사 8기로 전두환(육사 11기)의 선배이며 12·12 사태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제보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미 돌아가셔서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범준 장군은 지난 2007년 11월 별세했다.

역쿠데타 모의는 글라이스틴 대사의 회고록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통해서도 알려졌는데 대사는 모의 주체를 ‘선배 장교그룹’으로만 묘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 요청을 거절했다고밝혔는데 이 전문에는 그 이유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그는 제보의 내용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범준의 제도 동기는 역쿠데타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을 사전에 파악하려 했거나, 역쿠데타 모의의 위험을 미국 측에 경고하려고 의도했을 수도 있으며, 전두환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역쿠데타 음모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한 군 집단이 12월 12일 일어난 일들을 되돌리려 하거나 다른(쿠데타) 세력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수준으로 입지를 더 강화할 경우 한국에 처참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모든 관련자에게 최대한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최 대통령에게 이같은 음모와 미국이 양측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니 승인을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회고록에 따르면 글라이스틴 대사의 요청에 대해 미국 국무부에서는 즉각적인 대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워싱턴에서는 예상외로 단안을 주저했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주도에 의한 전두환 제거를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역쿠데타 제보 내용을 밝히며 이범준 장군의 이름이 적힌 주한 미국대사관 문서
“전두환 권력 장악 우려…막을 방법은 없어”

전두환의 권력 장악이 본격화됨에 따른 미국의 인식 변화 역시 이번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4월 14일 주한미국대사관 문서에는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게 됐다는 청와대 결정을 전달받자 글라이스틴 대사가 최광수 청와대 비서실장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 서리와 국군보안사령관을 겸직하는 것은 본인에게 권력을 집중하려는 노골적인 행동으로 비칠 것이며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980년 5월 8일 작성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NSC) 문서에는 1980년 5월 15일 서울에서 학생과 정부 간 심각한 충돌이 예상되며 전두환이 이미 2∼3개의 공수여단을 서울로 이동시켰다고 기록됐다. 전두환을 공수부대 이동의 실질적 명령권자로 지목한 문서로 이는 전두환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미국이 인정한 대목으로 보인다.

같은 해 5월 26일 NSC 문서에도 비슷한 인식이 엿보인다. 문서는 전두환이 점차 한국 군사지도자로의 입지를 굳혀가려고 있으며 광주에서의 무력진압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전두환의 권력이 위협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전두환 주변 군 장성들도 이점을 인식하나, 전두환에 반해 행동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두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 조만간 올 것이며, 우리의 결정이 전두환의 입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NSC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지시한 1980년 7월 1일자 문서는 우리가 전두환의 권력 장악에 대해 진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강조해야 한다면서도 전두환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미국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 없고 전두환도 이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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