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철 좀 드시오"…오영수의 외침에 관객은 빠져들었다

[리뷰]연극 '라스트 세션'
오영수, '골든글로브' 수상 이후 무대 집중
깐깐하면서도 인간적인 프로이트 역 열연
2월 공연도 주말 티켓 구하기 어려워
  • 등록 2022-01-14 오전 10:25:35

    수정 2022-01-14 오전 10:36:1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 인간이 이 우주에서 자기가 혼자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되는데, 다들 그만큼 성숙하지 못하니까 그따위 소리를 듣는 거 아니야! 종교가 이 세상을 유치원으로 만들고 있어. 내 선생한테 이 말 한마디만 하지. 제발 철 좀 드시오!”

지난 13일, 연극 ‘라스트 세션’이 공연 중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1관. 무대 뒤편에 조용히 앉아 있던 배우 오영수(78)가 벌떡 일어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335석 소극장을 빼곡하게 채운 관객의 눈길은 일제히 오영수를 향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배우의 열연에 관객의 마음은 이미 빠진 지 오래였다.

연극 ‘라스트 세션’의 한 장면(사진=파크컴퍼니)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역으로 지난 10일(한국시각)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의 기쁨을 누려도 될 법 하지만, 올해로 연기 경력 59년 차인 노배우는 “무대에 집중하고 싶다”며 다음날 곧바로 무대로 향했다. 이날 공연은 ‘골든글로브’ 수상 이후 두 번째 무대. 오영수는 이날도 수상의 영광은 잠시 뒤로 한 채 배우로 무대에 오롯이 집중했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연극으로 지난해 국내 초연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영문학자 C.S. 루이스가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2인극이다. 오영수는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오징어 게임’에서 빈틈이 많은 평범한 노인에서 반전 캐릭터를 보여줬던 오영수는 이번 ‘라스트 세션’에선 깐깐하면서도 고집 있는 노인으로 변신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극 중 프로이트는 독일에서 영국으로 망명해 구강암에 시달리며 말년을 보내고 있다는 설정.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신론을 믿었으나 현재는 유신론으로 신념을 바꾼 루이스에게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질문한다. 오영수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루이스를 목소리를 높여가며 난처하게 만들다가도, 폭격을 예고하는 사이렌 소리에는 우왕좌왕하는 프로이트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표현해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의 한 장면(사진=파크컴퍼니)
이날 공연에선 배우 전박찬(40)이 루이스 역으로 오영수와 호흡을 맞췄다. 오영수의 프로이트가 고집스러움 속에 인간적인 매력을 감춰뒀다면, 전박찬의 루이스는 거장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 당돌함이 가득 묻어났다. 종교, 철학, 정신분석학 용어 등을 빌린 대사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40여 년의 세월을 초월한 두 배우가 보여주는 ‘티카타카’를 보는 재미는 충분했다.

‘라스트 세션’은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이후 무섭게 매진되고 있다. 1월 공연 중 오영수 배우의 출연 회차는 이미 일찌감치 매진됐고, 2월 공연도 주말은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공연장은 평소 대학로를 즐겨 찾는 20~30대 여성 관객은 물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도 대거 눈에 띄었다. 제작사 파크컴퍼니 관계자는 “‘라스트 세션’은 초연 때도 일반 관객의 비중이 컸는데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일반 관객의 티켓 구매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오영수, 전박찬 외에 배우 신구가 프로이트 역, 배우 이상윤이 루이스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오는 3월 6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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