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지화' 승리...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의 美 FDA 공략법

글로벌 제약사 도움 없이 전 과정 독자 수행 첫 사례
연구소 해외 설립 넘어 인사·평가·보상 시스템까지 글로벌화
2008년 시련 때 최태원 회장 설득하며 별도 법인화 이끌어
임상 성공과 시장 성공 별개...내년 초 상장 준비도 과제
  • 등록 2019-11-24 오후 3:36:18

    수정 2019-11-24 오후 3:36:18

조정우 SK바이오팜 및 SK라이스사이언스 대표 (사진=SK바이오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글로벌 제약회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미 현지법인에서 재현하기 위해 인사·평가·보상 시스템까지 철저하게 글로벌 스탠다드(세계 표준)로 구축했습니다.”(SK바이오팜 관계자)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혁신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성공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승리로 평가된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최초 신약이다. 이르면 내년 2분기에 미국 전역에 출시돼 61억 달러(7조2000억원)에 이르는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 처럼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신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중간에 기술수출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도움을 받았다. 실제 팩티브는 임상 2상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 GSK에 기술수출해 공동개발을 거쳐 FDA 승인을 받았다. 반면 엑스코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SK바이오팜의 손을 거쳤다. 신약 후보물질은 국내 판교에 있는 SK바이오팜이 발굴했고 이후 임상 1·2·3상과 신약판매허가 신청 등 개발 후반부 작업 역시 미국 뉴저지의 현지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수행했다. 국내 제약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SK바이오팜의 100% 자회사로 지난 1993년 SK의 미국 신약 개발 연구소로 출발해 2002년에 별도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지화 전략이 결실을 맺는 데는 현지 법인을 ‘뼈속까지’ 글로벌 시스템에 맞게 운영한 조정우 대표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는 1961년생으로 인하대 생물학 학·석사,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를 받은 제약 전문가다. 이후 미 국책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일찌감치 세계 수준의 제약산업에 눈을 떴다. 이런 길을 거치며 글로벌에서 통하는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미국 현지화를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미 의약품 시장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또한 가장 까다롭고 선진화된 의약품 허가 시스템을 갖춰 ‘FDA 승인=세계 진출’로 통한다.

조 대표는 2001년 SK(주)에 신약후보물질을 연구하는 ‘디스커버리 랩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신약개발사업부장(임원) 등을 거치며 신약개발사업부 내 바이오 연구를 총괄했고 SK그룹 생명과학사업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SK바이오팜의 신약사업부문장을 맡으며 엑스코프리의 임상3상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력과 시스템, 문화까지 철저하게 글로벌화를 이루려 했다. 실제 SK라이프사이언스는 경영진을 포함해 한국인은 소수고 현지 채용 전문 인력이 100여명에 이른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에 연구소 정도를 두는 게 아니라 현지 글로벌 제약회사의 인력을 직접 채용해 그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며 “해외 인력이 불편함 없이 글로벌 제약회사 수준에 맞춰 R&D 역량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화상회의를 할 때도 본사가 아닌 미 현지법인이 편한 시간에 맞춰 회의를 할 정도로 철저하게 현지법인을 우선했다.

조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초됐던 SK의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때였다. SK바이오팜은 임상 1상을 끝낸 후 글로벌제약사 존슨앤존슨에 이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해 FDA 통과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당시 SK내에는 신약개발 사업 지속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대표는 당시 SK 신약개발사업부장으로서 “지금이 외려 기회고 위기일 때 신약사업을 제대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그룹 최고경영진을 적극 설득했다. SK의 한 사업부 체제에서 벗어나 제약산업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아예 별도 법인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조 대표의 굳은 신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뚝심 경영‘과 만나 실제 SK의 사업조직에서 분할, 2011년 SK바이오팜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아직 남은 과제는 있다. 미 FDA의 벽을 넘었지만 글로벌 임상 성공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현지 마케팅, 영업 인력 등을 대폭 충원한 상태다. 또 엑스코프리의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 아벨 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청신호’가 켜지긴 했지만 내년 초 예상되는 기업공개(IPO)도 단기적으로 신경써야 할 과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임상 3상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그룹 차원의 특별한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조 대표가 미국 현지 법인과 본사와의 소통을 통해 임상3상의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았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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