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대로 올라선 국제유가, 공급망 병목 현상 장기화 등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만에 3%를 찍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올해 물가상승률은 9년 만에 한국은행 목표치인 2%를 넘고 내년에도 2%에 육박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적으로 2.0%를 기록, 이미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은 것은 2012년 2.2%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물가 상승흐름은 4분기로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특히 10월엔 2012년 2월(3.0%) 이후 9년 8개월 만에 3%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작년 10월 통신비 지원 등에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3% 상승률을 찍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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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도 2%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물 적체가 갑자기 풀릴 것 같지도 않고 생산망을 복원하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내년 상반기까진 2%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흐름은 당초 정부와 한은이 그렸던 물가 상승 궤도를 벗어난 것이다. 한은은 8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1%, 1.5%로 전망했는데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11월엔 이를 각각 2% 중반, 2% 이내로 상향 조정할 뜻을 보였다.
물가 상승을 이끄는 것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그나마 2분기까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던 농축산물은 수확기가 도래하면서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9월 전년동월비 7.5% 올라 2011년 5월(7.5%) 이후 10년 4개월 래 최고였다. 유가 급등에 공산품이 13.2%나 올라 약 13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영향이었으나 농산물은 15.1% 급락, 34년 8개월 만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물가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반면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6개월째 2%대 넘는 등 4분기에도 상승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가 상승흐름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1월에 인상하고 추가로 내년 1월에도 연속 인상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물가가 목표치 2%를 넘은 상황에서 경기가 한은 예상대로 간다면 물가 상승으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높아지게 된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