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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2019년 8월 정 전 교수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고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날인 같은 해 9월 6일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정 전 교수를 처음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약 1시간 남겨 두고 이뤄진 전격적인 기소였다.
조 전 장관 부부는 공개된 재산보다 많은 액수를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는 의혹과 자녀 입시 과정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검찰은 정 전 교수 기소 이후에도 조 전 장관 동생 조권 씨와 5촌 조카 조범동 씨 등을 잇달아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1월에는 자본시장법상 허위신고와 미공개정보 이용, 금융실명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적용해 정 전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2심도 자녀 입시비리 혐의(업무방해 등)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형은 1심과 같은 4년형을 선고했지만 벌금과 추징금은 각각 5000만 원과 1061만 원으로 대폭 감액했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차 전지업체 WFM 실물주권 10만주를 매수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에게 자택과 동양대 교수실에서 보관하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은닉하라고 교사한 혐의는 무죄 판단을 내린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27일 대법원 선고에선 임의제출된 정보의 증거 채택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교수 자녀 입시비리의 핵심 증거인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를 검찰이 동양대 조교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는데, 이를 대법원이 증거로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판결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은 동양대 PC를 모두 증거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선고 이후인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불법 촬영 사건 판결에서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전합 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유지 또는 변경하는 역할을 한다.
정 전 교수 항소심 판결 이후 임의제출된 증거의 증거 능력을 엄격히 판단하는 새로운 법리가 등장한 셈이다.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바로 이 전합 판단을 근거로 해당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이에 반발해 지난 14일 재판부 기피(변경)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전합이 제시한 조건과 법리를 정 전 교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대법원이 작년 전합 판단을 차용해 동양대 PC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정 전 교수는 재판을 다시 받게 된다. 다만 파기 여부와 관계없이 동양대 PC와 무관한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가 선고된 혐의들도 있기 때문에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사건 혐의들이 전면 무죄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동양대 PC를 위법한 증거로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한다고 해도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닌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