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한들, 은행 과점 깨겠나"…당국 발표에 시큰둥한 금융권

금융당국, 신규은행 추가인가·경쟁 촉진 방안 논의
핀테크·카드·보험 “사업 확대 환영…세부안 지켜봐야”
“숫자 늘리는게 답 아냐” 지적도…수요 파악도 없어
  • 등록 2023-03-05 오후 5:28:19

    수정 2023-03-05 오후 7:41:38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정두리 유은실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은행 추가 인가와 비은행권 금융업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이 규제 산업이고 높은 수준의 자본 건전성을 요구해 수요자가 있을지 모르고 궁극적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은행 혁신’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핀테크나 저축은행 등은 업무 범위 확대되면서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면 개혁 대상이 된 은행권에서는 경쟁 과열과 부실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복현(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몰라이센스·지급결제 확대, 경쟁 촉진할까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과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이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세분화해 스몰라이센스, 특화은행을 도입하고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가능성도 열어놨다. 저축·지방은행을 각각 지방·시중은행으로 전환하거나 통장 개설의 의미인 지급결제 허용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빅테크·핀테크 업체 사이에서는 은근한 기대감이 엿보이다. 은행이 가진 고유업무의 진입장벽을 낮추면 사업 영역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지급결제업을 통해 스몰 뱅킹에 참여하거나 스몰라이선스를 영위하는 등의 방식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기존 금융기관의 독과점을 깨려면 핀테크업체들이 각자 잘하는 영역에 대한 스몰라이센스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충분한 상품·기술력, 소비자 보호 체계를 지닌 핀테크들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경쟁을 촉진해 고객 편익이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핀테크 관계자도 “핀테크의 소비자 중심 혁신 시도는 은행권 등 기존 금융의 벽에 막혔기 때문에 최근 흐름은 환영할만 하다”며 “당국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급결제 업무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당국은 이번에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등을 논의했다.

종합지급결제업은 카드업계가 계속 원했던 방안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성이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아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투자 제한이나 여러 가지 제약이 붙는다면 무조건 진입해야 하는 시장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융의 생태계 구축 경쟁 차원에서 한 카드사가 사업을 시작한다면 다른 카드사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진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사도 종합지급결제업 허용 방안이 이제 처음 언급된 만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영역 확장 차원에선 좋지만 진짜 우리 회사에 좋을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이고, 생명보헙업계 관계자는 “득일지 실일지는 내용을 더 봐야 한다. 막연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포지션이 애매해지거나 비용만 더 늘어날 수도 있어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F에서도 특화은행이나 지급결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특화은행은 충분한 규제 완화 없이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비금융주력자 규제 완화 시 금산분리 논란이 예상된다고 봤다. 지급결제는 예금보험제도 미적용에 따른 금융 불안정과 결제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언급됐다.

“이미 빅블러 등장…차별성 스스로 길러야”

신규은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TF는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요건을 갖춰 신청할 경우 신규 설립을 인가하고, 지방(또는 저축)은행이 요건을 갖췄을 때 시중(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정부가 은행의 문제점으로 지목하는 과점 체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은행들은 사업자가 늘어나니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정책 목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권에서는 불안한 시각이다. 지금 은행이 과점 체제라고 하지만 은행들간 경쟁이 치열한 상태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에 따른 빅블러(Big Blur)가 등장하며 산업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들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하고 있고 유수의 외국계 은행들은 호시탐탐 국내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은행의 숫자를 늘리는 건 답이 될 수가 없고 오히려 제대로 은행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금융이 부실화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혁신을 일으킬 새로운 ‘메기’가 참여할 수 있을지도 지금은 확실치 않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신규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 여부에 대해 “현재 (수요조사) 절차를 밟을 수는 없고 (후보자가) 누군지 찾는 과정은 별도로 하고 있지 않다”며 “현 시점 뿐 아니라 미래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이고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으로 구성돼 영업하던 환경인데 금융당국의 방침은 현재 생태계를 완전히 뒤흔들겠다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2금융권에서는 영업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TF 내에서도 지방은행 추가 설립에 따른 수익성·건전성 약화와 기존 서민·중소기업 자금 공급 감소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플레이어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은행의 업무 범위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시중은행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차별성을 스스로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핀테크는 대손충당금·예대율 규제나 각종 위험에 대비한 자본 규제 등이 적용안돼 향후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기존 전자금융법 개정을 통해 은행 고유 업무를 영위하게 하기보다는 스몰라이센서를 통해 기존 금융업과 동일한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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